다큐멘터리는 즐겨보는 장르는 아니지만, 방심위에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뽑혔다는 EBS다큐프라임!

EBS다큐프라임 <감각의 제국>시리즈가 책으로 나왔다.

다큐멘터리에서 감각과 공감을 어떤식으로 다루는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TV프로그램은 워낙 재미있는게 많아서 굳이 평소 안보던 장르인 다큐멘터리를 찾아볼 것 같지 않았기에 책으로 읽게 되었다. 물론 책으로 읽는 게 TV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겠지만, 책도 TV처럼 잘 엮어논 듯 하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감각의 비정상으로 인한 병과 감각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2장은 감각의 중추인 뇌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감각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각기 다른 주제들로 감각을 풀어낸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감각'은 이상이 있다고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아플 때 아픔을 느끼는 것은 감각이 제대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통증을 너무 심하게 느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로 고통을 받고 있고, 누군가는 통증을 느껴야 하는데 느끼지 못해 연골이라는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여 아픔에 맞는 고통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상기시키면서 책의 첫 포문을 연다. 시각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는 웹툰 작가 경선씨의 이야기도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녀에겐 시각이라는 감각이 남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 하루를 더 소중히 느끼며 살아가고, 손이라는 감각을 사용하여 살아갈 미래애 대해 고민하는 그녀를 보며 삶과 감각의 소중함에 대해 되새겨 볼 수 있었다. 감각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한 '감각의 역사'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진화의 위대함을 느꼈달까. 먹이 사슬에서 살아남고자 감각이 진화하는 과정은 신비함의 연속이었다. 우연히 빛이 바닷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빛을 감각하기 위한 기관이 만들어질 필요가 없었다면? 사람은 눈이 없었을까?

 

 

뇌와 감각의 관계를 다룬 부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2장에서는 실험과 그 실험에 대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뇌는 정확한 분석보다 신속한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그라미에 달린 구불구불한 선을 보면 돼지 꼬리를 상상하곤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명한 사랑'이다라는 문장을 '나는 현명한 사람이다'로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아쉽게도 너무 정독을 해서 그런지 제대로 사랑으로 읽었다. 인간의 뇌는 고집이 센데, 뇌는 관성이 있다고 한다. 물리시간에 자주 보았던 뉴턴 제 1법칙이던 '관성의 법칙'이 뇌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아기 때 뇌에 반응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엄마와의 관계를 단절시켜 의도적으로 감각의 자극을 결핍시킨 아이들이 금방 죽거나 몸이 앙상해졌다는 실험결과는 감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지니라는 소녀는 특정시기에 감각을 일깨워주지 않아 감각이 결핍된 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오감이 멀쩡한 사람들은 정말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이 책은 감각에서 시작해서 공감으로 끝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각을 통해 '공감'이라는 능력을 뛰어나게 가질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다. 인간의 표정 역시 '공감'을 위한 진화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원시시대때부터 인간의 뇌 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표정 역시 장애가 없는 사람과 같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그에 맞게 공감할 수 있다. 공감능력은 사회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사회에서 도태되고 만다. 감각하여 그 최종점인 공감을 형성하는 게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인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2%를 제외하면 98%는 모두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것을 얼마나 잘 발달시킬지가 살아남는 관건일 듯 하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벅찬데 공감능력까지 발달하여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고민을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면서도... 뭐 공감능력을 잘 활용하여서 나쁠 게 없을 것 같긴 하다. 책 자체는 감각에서 시작해서 공감으로 끝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1장과 2장을 더 흥미롭게 읽었다.

나중에 '눈으로 마음읽기 테스트'(RMET)라는 걸 한 번 해보고 싶다. 책에서 잠깐 사진과 함께 언급되었는데 과연 내 공감능력은 평범 정도에는 미치는 지 궁금하다!

<감각의 제국>,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맞게 주제도 깔끔하고, 내용도 명료하고 상당히 맘에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