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우리나라도 피를 팔았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피를 파는 것이 쾌 비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그때는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못 하여 피를 뽑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여겼을 때이니 헌혈도 안 했을 터이고 피는 항상 필요한 법이니 피를 살 수 밖에 없었으리라. 목돈이 필요할 때 피를 팔아 중요한 고비를 넘기는 허삼관과 허옥란 가족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가 도도하게 흘러간다. 물을 방광이 꽉 차도록 먹어야 피가 잘 생기는 줄 아는 것도 우습고, 피를 뽑고나서는 꼭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데워서 먹는 것도 좀 웃기다. 나름 근거가 있으니 그렇게 하겠지만. 중국과 한국은 이웃한 나라이고 문화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위화의 인생보다 허삼관 매혈기는 좀 더 야하여서 민망하다. 생리나 성적인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마지막 표현은 또 어떠한가? '좇털이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더 길게 자란다' 가 허삼관이 나이 60이 되어 깨달은 인생의 철학이다. 재미있다. 슬프면서도 웃기고 비장하기도 하다. 결국 허삼관이라는 중국의 기칭 서민이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또 주변에 나오는 서민들 또한 얼마나 정이 많고 선량한가?  이 이야기의 앞부분은 1950년대의 이야기여서 시대적으로 60년전이다 보니 지금보다 좀 동떨어진 사회현상같은 것이 느껴진다. 중국도 지금은 상당히 자본주의적이고 부자가 되지 않았는가? 어쨌든 1956년, 대약진운동, 문화혁명시기, 등소평의 시대를 거치면서 거칠고 팍팍하고 기이한 거대한 중국 사회를 살아낸 이름없는 중국 서민들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인간들의 삶에 맞닿아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