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들은 공룡을 참 좋아한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나는 여자라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릴 때를 돌이켜 보면 남자 아이들은 플라스틱 칼을 빼들고 칼 싸움을 하거나 자동차를 들고 부릉부릉 하면서 놀곤 했다. 전쟁 놀이, 딱지 치기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였다.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베개를 아기라고 부르며 포대기를 해서 업고 다니거나 인형 놀이를 하거나 소꿉놀이를 하거나 했던 것 같다. 벌써 어릴 때부터 노는 모습부터가 다르다.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되어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행동들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책은 남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책이다. 커다란 밤색의 사나운 공룡은 으르렁 거린다. 연노랑색 작은 공룡은 끽끽 거린다. (불꽃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방방 뛰는) 공룡은 사납다. (회색 가죽에 검은 색 얼룩 무늬) 공룡은 온순하다. (연초록의 날렵한) 공룡은 빠르다. (코뿔소처럼 생긴) 공룡은 느리다. 위에 있는 공룡, 아래에 깔린 공룡. 짧은 공룡, 혹은 매우 매우 긴 공룡. 살찐 공룡, 아주 작은 공룡. 깨끗한 공룡, 점액질의 미끌미끌한 공룡. 상냥한 공룡, 심술궂은 공룡. 가시가 난 공룡, 울퉁불퉁한 공룡. 온갖 종류의 공룡이 그들의 점심을 먹고 있다. 게걸스럽게, 야금야금. 우적우적, 와삭와삭...

  이 책은 온갖 공룡의 그림과 그들을 묘사하는 간단한 형용사들로 되어 있지만 공룡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아주 좋아할 책이다. 아마 유치원이나 초등 1,2학년 아이들도 대단히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