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게 다가와준 이 앨범을 통해 난 내 그리움을 정비할 수 있고 그 그리움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항상 꽁꽁 감추기만을 해야만 했던 내게 그리움은 더는 숨길 필요 없는 반가운 감정이라는 걸 알게 해준 것 같아서 매우 고맙다. 앨범에는 7곡이 수록되어 있다. 곡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아무말도 할 수 없었네.
2. Soyokaze
3. 하슬라
4. The Movie After 
5. 당신에게 키스를
6. 낯선도시
7. 그리움이 만나는 시간

앨범 표지에 보면 판타스틱하면서도 투명관 속에 있는 문어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듯한 다친 한 소녀를 볼 수 있다. 곡들 또한 이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하나 하나 다 다르고 재밌다. 어디서나 들어봤을 곡도 있고 무척이나 신선한 곡들도 꽤나 있다.

먼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네> 라는 곡은 드럼과 플롯, 그리고 기타가 잘 어울려져 있어 약간은 경쾌한 음악이다. 그동안 나의 상처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들에 대해서만 살았던 나를 자각시켜준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어떤 사람이 쓴 내용과 비슷한 가사였는데, 난 내 하루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망각한채 남들의 멋진 모습만을 따라하며 내 자신을 괴롭힌 것인지에 대해서 삶을 좀 더 여유있게 나만의 방식대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려준 것 같다. 처음엔 몸이 아파서 제대로 듣지 못했었는데, 두번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됐다. 가사에 나온 것처럼 ’ 나는 왜 언제나 두가지 길 중 상처받을 길을 택하는지’ 다시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음을 표현한 가사들이 신선하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Soyokaze>라는 곡은 기타로 치는 반주가 꽤나 멋있고 똑.딱.똑.딱. 같은 소리나 땡.땡. 소리가  있어서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처음엔 들을때 일본어가 아닌줄 알았는데,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잔잔한 반주라서 가사가 더욱 제대로 들리지 않을뿐더러 일본어이다보니 뚜렷하지 못했는데, 잘 들어보니 일본어로 가사를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마치 이 곡을 계속 듣고 있노라면 산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커피프린스1호점 드라마가 유행했을때 들었던 드라마 시작을 알릴때 들려줬던 반주음악과 비슷하다. 내가 일본어를 잘 안다면 이 가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알지 못해서 아쉬워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냥 모르면 모른대로 들어도 좋은 음악인 것 같아 계속 듣게 된다.

<하슬라>는 파도 소리,갈매기 소리, 그리고 뱃고동 소리가 울려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하다. 가사에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며 우울할때 들으면 가사에 심취되고 감정이 고조되어 눈물이 나올것만 같다. 왠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나서 주변의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고 느낄때 들으면 위안이 될 곡인듯 싶다. 불안했던 내 마음을 안정되게 해준 고요하고 맑은 자장가같다. 이 곡을 계속 듣고 있으면 스르르 잠이 올 것 같은 편안함이 조성된 것 같다. 가사도 하나 하나 음미할 수 있고 집중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과 음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저절로 머리나 마음속에 되새겨지고, 내가 혼자서 기차여행을 떠나며 나의 어릴적 추억들, 내가 간직했던 서울에서의 모든 추억들 그리고 장소들과 그때의 친구들과 학교에 있는 기분이 든다. 앨범속에 있는 사진을 한장씩 넘기며 그때의 그 추억들을 생각하던 내 모습과 비슷하다.
 
<The Movie After>는 유일하게 가사가 없는 곡이다. 난 이런 곡들을 어느순간부터 좋아하게 됐다. 사람 말 소리를 듣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 알게 된 나로서는 악기만을 연주한 곡들을 더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곡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곡만으로도 충분히 그 감정을 알수 있고, 말로써 애써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서 안심이 된다. 이 곡은 시간이 멈춘듯 한 장소를 보여주면서 넘기는 페이지 같은 느낌이다. 그 순간 순간을 느끼며 생활을 해보라는 듯한 의미인 것 같아 내가 얼마나 순간들을 멈춤으로서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던 날 자각하게 하는 것 같다. 항상 만화를 보면 이런 곡들이 있는데, 그 만화 속에 있는 기분이여서인지 더욱 기쁘다.

<당신에게 키스를>은 딩.딩.딩.딩.동. 이런식으로 음이 시작한 순간부터 흘러나오자 마치 유리잔을 막대기로 쳐서 소리낸 것 같다. 처음 들을땐 그 곡이 그 곡이고 뭐가 다른건지 몰랐는데, 조용한 상태에서 듣다보니 제대로 곡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중반부로 들어갔을때는 강렬하게 악기를 쳐서 내가 자주 듣는 <마녀 배달부 키키> 주제곡인 악기합창단이 연주한 곡을 듣는것처럼 밝고 높아서 좋았다. 어중간한 느낌이 아닌 확 트인 곡이라 시원하다. 역시나 마법같은 느낌이 강렬한데, 눈을 감고 들으면 내가 음악 속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이 들고, 마녀가 내 곁에서 날 도와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내가 만화를 정말 좋아하고 만화 속 주인공들을 무척이나 동경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내게는 새롭고 멋지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에게 키스를 그 어떤 말보다 더’ 라는 가사는 마녀가 날 평온하게 해주게 하기 위해 내려주는 선물같다.

<낯선도시>는 다른 곡들에 비해 정말 밝다. 처음반주부터 신나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곡이다. 제목 또한 낯선도시라서 더욱 끌리는데, 지금의 날 표현해주는 듯한 상확극의 노래같아서 더욱 맘에 드는건지도 모르겠다. 가사나 목소리가 다른 곡들에 비해 더 밝고 <영심이> 만화 주제가가 연상이 된다. 기타연주도 너무나 화려하고 드럼과 같이 어울려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억지로 좋아지는 듯한 강제적인 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기분을 이끌어주는 곡인듯 싶다. 끝에 가서는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랄라라’로 반복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저절로 따라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이 곡 또한 마력이 강하다. 노래의 끌림이 굉장한 곡 <당신에게 키스를> 이어서 이 곡도 상당히 신선하고 내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노래의 나라로 푹 빠져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이 곡에 푹 빠져 있으면 스트레스도 저절로 날라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주고픈 음악이다. 계속 듣다보면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같이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음악을 자주 들어 그런 착각이라도 생길 수 있게 해야만 될 듯 싶다. 노래 중간에 반주부분에서 기타를 아주 멋지게 연주해서인지 나도 저절로 기타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멋지고 화려하게 치는 내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기쁘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신비스러운 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기쁜적은 드물다. 항상 기계음만이 반복된 곡들만 듣던 내게 기쁨을 충분히 선사해주는 곡이다. 

 <그리움이 만나는 시간> 은 최근에 봤던 <시크릿가든>과 <매리는 외박중>의 곡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바람소리도 그 추억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들도 그리고 눈을 감고 듣다보면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들이 만났을 때 가졌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이 곡이 배경음악이 된 듯하다. 그리고 이후에 헤어졌을때 그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 듯한 느낌을 암시해준다. 사랑은 마치 바람같은 존재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속이 상하고 힘들때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면서 별빛을 쳐다보면 정말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집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밖을 나가지 않고도 바람을 쐬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추억들도 언젠가는 웃으며 반갑게 맞을수 있을 거라는 느낌도 준다. 그리움은 사람에 대한 사랑의 또 하나의 표현이다. 그런 그리움을 반갑게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움의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