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팩션계의 블루칩이라는 이정명 작가의 소설입니다. 흔히들 이정명 작가라고 하면 [바람의 화원]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만큼 열풍이라 할만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으니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세종의 훈민정흠 창제를 배경으로 집현전 학사의 죽음을 파헤치는 일종의 추리소설 형식의 팩션입니다. '최만리'로 대표되는 반대파의 수많은 위협을 무릎쓰고 훈민정음을 반포하려 했던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거기에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해버린 경복궁의 건축에 담긴 음양의 이론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익숙하다면 익숙할 수 있는 경복궁의 각 전각들에 담긴 조상의 지혜와 뜻을 알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팩션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상력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연극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는가'의 원작으로 다시 유명해지고 있는 이 소설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팩션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의 '엘고어' 부통령이 '서양의 금속활자는 한국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발언의 배경을 추적하여 재구성한 이야기 입니다. 조선의 주자공이었던 '석주원'이 왕의 밀명을 받아 중국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으로 들어가서 구텐비르크의 금속활자를 비롯한 서양 르네상스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는 과정을 그린 3권짜리 팩션입니다. 역사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로 치면 '정통사극' 보다는 '퓨전사극'에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에 팩션이라고 생각합니다.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구텐베르크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 동로마제국의 멸망과 서양 르네상스 시대의 번영을 실제 역사 속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그리면서 그 사이사이에 조선의 자주공 '석주원'의 활약을 박아놓아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훌륭한 팩션으로 완성됩니다. 잘 알지 못했던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의 문화사와 구텐베르크로 대변되는 중세 유럽의 인쇄술의 화려함까지 알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팩션입니다.

 

 

 

이 소설은 정말로 뜻밖의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병인양요 리턴매치'라는 카피에 홀려서 구입한 책인데 정말로 재미있었던 팩션입니다. 구한말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고 MBC의 '느낌표'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속에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외규장각 도서 중에서 한권인 '비밀의 책'을 둘러싼 프랑스, 독일, 중국, 한국의 국제적인 첩보전과 고서를 찾으려는 한국인 여성 교수의 '인디아나 존스'급의 활약을 그린 팩션입니다. '비밀의 책'의 실체를 밝히려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장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금속활자의 원조를 지키려는 독일과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원하지 않는 프랑스, 동북공정에 커다란 장애가 될 서적을 없애려는 중국의 치열한 대립과 그 속에서 우리의 귀중한 고서를 지키려는 중년의 여교수의 활약이 그려집니다. 비록 나이가 적지 않는 여교수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펼치는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멋진 활약을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스피디한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완성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팩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하는 팩션입니다.

 

 

 

'대한민국'의 국호에 있는 '한'은 어디에서 왔는가?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에 대해서 김진명 작가는 너무도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삼한'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고대에 명백하게 존재했던 제국에서 기원했다는 놀라운 사실. 그 사실을 밝혀 낸 박사의 석연치않은 죽음과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말하는 것 중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알려져 있는 역사서이지만 '위서'라는 이유로 배척했던 기록에서 시작된 추적이 밝혀내는 놀라운 진실은 '정말 그랬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합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해지면서 고구려의 역사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리들에게 조금은 심하게 민족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김진명 작가의 뜨거운 문체는 문제가 불거질 때만 흥분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단 하루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무서운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 수 있다니....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박명준'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캐릭터 보다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명석한 두뇌와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냉정한 분석, 상황에 대한 무서운 통찰력에 따뜻한 인간미까지 겸비한 조선시대 탐정의 활약이 너무 마음에 들었었죠. 한밤중에 일어난 검객들간의 싸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임진왜란을 종식시킨 무서운 비밀을 밝혀내는 이 소설은 역사속에서 버려졌던 '항왜'(임진왜란에서 일본을 버리고 조선에 투항한 일본군)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한 팩션입니다. 팩션은 그 속에 담긴 역사의 가정의 힘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이 소설은 소설자체가 가진 추리의 힘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설입니다. 팩션이 아닌 추리소설로 본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