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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단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28일 후]로 우리에게도 알려지 대니보일 감독의 ’슬램독 밀리어네어’였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영화였는데 뉴스에 나온 스토리가 기억에 남아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역시나 내가 읽은 인도소설 ’Q&A’가 원작이란다.

’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이유로....’
대번에 관심을 끄는 카피에 이끌려 구입했던 책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인도의 외교관이 썼다는 데뷔소설.
생소한 인도소설이라는 점과 익숙하지 못한 작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우려보다 강하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카피 때문에 읽은 소설이다.

작년 1월 말에 읽었으니 벌써 1년 전에 읽은 소설인데
지금도 줄거리가 기억에 생생한 걸 보면 참으로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람 무하마드 토마스’
이름 자체에 여러 종교의 이름이 담긴 것만 보더라도 그의 삶이 얼마나 기구한 지 알 수 있다.
인도의 최하층 삶을 전전하다 한 때 커다란 부를 가지기도 했으나
결국은 최하층인 웨이터의 삶을 살아가는 그가 어느날 퀴즈쇼에 참가한다.
상금은 무려 10억 루피. 우리 돈으로는 3,500만원 정도라지만 인도에서는 말 그대로 대박.
제대로 된 교육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토마스’가 퀴즈쇼에서 우승을 하게 되고
처음부터 상금을 줄 생각이 없던 방송사 사장에 의해 사기죄로 고소되면서
경찰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꼼짝없이 누명을 쓰게 될 처지에 놓인 ’토마스’에게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 변호사가 구원의 손길을 건네고
그녀에게 털어놓은 그의 삶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줄거리이다.
그의 기구한 삶이 퀴즈쇼의 정답들과 연결되며
때로는 가엾게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정신없이 웃기게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까지.
전문작가가 아니 외교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작품이다.

인도의 최상층에 있는 외교관이 최하층의 삶을 그렇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최하층의 비참한 삶과 그들과는 딴 세상을 사는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
그 사이에 끼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썩어버린 관료세계의 문제까지.
어찌보면 조국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의 용기는
칭찬을 해야할 지 비난을 해야할 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이 아니라
퀴즈쇼 문제의 순서에 따른 구성으로 이리저리 꼬인 주인공의 삶을
시간의 순서에 맞춰 재구성 해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고단하고 기구한 삶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토마스’.
그의 성실하고 정직한 삶의 보답이 아마 퀴즈쇼 우승이 아니었을까 한다.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뻔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착한 소설이지만
요즘 같은 힘든 세상에는 이런 착한 소설들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도 꽤나 지명도가 있고 각본상을 받은 걸 보면 각색도 잘 된 것 같다.
미국에서는 작년 11월에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8위까지 했다고 한다.
다만 인지도가 부족해서 국내 개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 개봉이 이루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워낙에 원작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영화도 충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