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아빠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아버지의 존재는 들러리가 되어버렸다.
작년에 [엄마를 부탁해]가 엄마 열풍을 불러 일으켰지만 거기서마저 아빠는 없었다.
세상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아버지는 가정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세상에서 아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처 도발적인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 아빠를 빌려준다고???

엉뚱발랄한 9살 딸 아영이의 기발한 생각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한 때 대기업 증권회사를 다녔으나 사업 실패 이후 백수가 되어버린 아빠 '채태만'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아이들과 싸우는 한심한 빵점아빠를 아영이는 싫어한다.
학교에서 '자기에게 쓸모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할 지도 모르는 것'을 가져오라고 하자
기가 막히게도 아빠를 데려간다. 졸지에 아영이의 친구 '진태'의 아빠가 되어버린 태만.
때 마침 아영이 엄머인 '지수'가 운영하던 미용실이 위기에 처하자 고민을 하던 태만은
본격적으로 '아빠렌탈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야구장을 왕복하는 지하철 안에서 4시간만에 다 읽어 버렸다.
책 첫장을 펴면서부터 엉뚱발랄한 아영이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키득키득, 낄낄낄.
시종일관 펼쳐지는 엉뚱한 딸과 한심한 아빠의 대결(?)은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든다.
게으르고 한심하기는 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태만이 아빠렌탈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만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나 역시 한심한 아빠이기에 가슴이 찔끔 찔리기도 했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의 측면에서 이 소설은 평균이상의 평가를 받을만하다.

소설 속에서 아빠렌탈 서비스를 신청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우리사회에서 아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빠가 없는 가정의 아이의 문제, 어린시절 아빠에 대한 안좋은 기억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
세상이 무서워서 밤길을 다니기 힘든 젊은 아가씨의 문제, 미혼모에 대한 문제 등등.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아빠의 부재가 발생시키는 문제에 대한 환기를 시켜준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지금의 아빠의 부재는 심각하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의 입장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된다.
실제로 '좋은 아빠'라는 말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인것 같다.
같이 놀이공원에 가고 돈을 많이 벌어다주고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을 사주는 것이 좋은 아빠일까?
좋은 아빠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는 기준은 어렵지 않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 간단한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아빠가 되어야 알 수 있다.
내 아이는 어느새 5학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좋은 아빠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아이들 동화책을 읽듯이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거기에 가족의 사랑과 작은 감동마저 함께 들어있으니 참으로 착한 소설이다.
가볍게 읽고 아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