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찾으면 남들 좋다는 곳이 검색되고 가는 방법도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그곳에 가서 뭘 배워야 하는지, 어떤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아는 만큼 새롭게 보이고 많이 볼 수 있는 법. 똑같은 시간과 돈을 들여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얻어온다면 그것보다 경제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갈증을 시원히 풀어주고 있다.

저자가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이력 때문인지 흥미로운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아이들 수준에 맞게 꼭 알아야 할 지식정보를 전해준다. 대표적인 여행지 28곳을 뽑아 그곳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며 그와 연관된 교과서 부분이 <길라잡이>에 나와 있어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을 얻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예습의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을 터. 교과서 부분은 쪽수가 나와 있어 교과서를 뒤져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어쩌면 저작권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교과서에서 배운 세상과 학교 밖에서의 세상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할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도덕이라는 교과서를 배우지만 그 교과서 내용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체험한 교육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수능과 논술 시험지에서 어릴 적 여행지를 떠올린다면? 여행지에서 만난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떠올리고, 천년고찰을 거닐며 그 안에서 들은 역사적인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멋진 일이다. 이런 책, 이런 여행을 통해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이 책에는 볼 거리, 즐길 거리, 먹 거리 또한 풍부하게 실려 있으며, 감성적으로 풀어낸 글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는 것만으로 이미 그 여행지를 자유롭게 누비게 만든다. 여행을 계획하고 꿈꿀 때의 그 달콤한 설레임만으로도 여행의 가치는 충분한 것. 세세하게 묘사하는 글뿐만 아니라 풍부하게 실린 사진 속에서 언덕을 오르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천년고찰의 숨결을 느끼고  예술가의 생애와 마주한다.

이미 여러 권의 여행지를 낸 여행 전문가답게 이 책에서 선정한 여행지는 일반적이면서도 특별하다. 같은 부산을 여행하더라도 부산이 특별하게 보인다. 그 유명한 불꽃축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고라도, 대변항에 가서 멸치털기 작업을 꼭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리라. 또 봄이라서 그런지 ‘꽃비 내리는 섬진강 따라 봄마중 나가다’라는 작은 제목이 확 가슴에 꽂힌다. 남쪽지방엔 이미 꽃이 지고 있다지만 그곳에서는 소생하는 생명의 기운을 맘껏 느낄 수 있으리. 섬진강 시인과 인심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가을동화> <겨울연가> <연애편지><서편제> <웰컴투 동막골> 등의 주인공이 된 듯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물이 무거우면 황금이 쏟아진다 힘차게 털어내라. 어~야 어~야 어요디요~ 어요디요~”
무려 네 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유자망그물을 털어내는 어부들의 멸치잡이 노래다. 1.4킬로미터의 그물을 모두 털어낼 때까지 어부들은 오직 멸치털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불빛을 따라 그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은빛 물창 튀기는 멸치 떼의 요동이라니……. 좋았제, 쏟아지는 졸음에, 뱃멀미에 일은 뼈빠지게 고되었어도 그 희열만큼은 끝내줬었는데…….”
바다에 뼈를 묻으리라는 이곳 토박이 노인이 억센 사투리로 듣는 지난했던 멸치잡이 삶이다. 저 이야기는 한국판 <노인과 바다>가 아닐런가.
 - <부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영화와 불꽃의 바다로 항해하다’> 중에서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 411호로 지정된 덕명리 갯바위 바닷가. 공룡 발자국 화석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곳. 너른 암반 위에 찍혀 있는 공룡 발자국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싶으면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를 잘 맞추어 찾아야 한다. 물론 물때가 어긋나도 공룡 발자국 해안가 탐방로는 열려 있다.
-<남해의 파라다이스 꽃섬 외도와 한반도의 공룡 발자국을 찾아> 중에서

1단지 축사를 지나 드넓은 초록 구릉에 서 있는 나무 두 그루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보았던 ‘은서나무’와 ‘준서나무’다. 드라마 속 두 주인공들이 자전거를타고 달리던 오솔길도 나타난다. 조금 더 오르면 영화 <연애소설>에서 차태현이 손예진, 이은주와 함께 비를 피했던 그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 언덕들에 올라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나무 그늘에 등을 기대고 푸른 낭만을 즐겨본다.
-<‘메밀꽃 필 무렵’에 찾아가는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양떼목장> 중에서

1부 <부모와 자녀, 함께 바다를 꿈꾸다> 2부 <부모와 자녀, 함께 생명을 느끼다> 3부 <부모와 자녀, 함께 옛것에 취하다> 4부 <부모와 자녀, 함께 자유를 누리다>로 전체 4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다. 봄뿐만 아니라 여름의 바다와 섬 여행, 가을의 사찰 여행, 겨울의 얼음낚시 여행까지 두루 있어 유익하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정년퇴임한 노부부들의 여행 참고서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여기에 있는 지식수준이 자신에게 얕게 느껴진다면 더 공부할 계기도 될 듯. 이 책의 의도일까? 뭔가 더 알고 싶다는 갈증이 솟구친다. 여행서의 독자가 문학으로, 역사 인문서로, 예술서로 뻗어나가는 것도 가능한 얘기! 크로스오버 시대니까.
일단 떠나자! 저 넓은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