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내가 파워북피니언이 되고 나서 첫 리뷰를 쓴다. 너무 감회가 새롭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아 리뷰를 쓰던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고, 그건 "스타북피니언"과, "파워북피니언"이라는 선물을 내게 안겨주었다. 어떤 말로 감사를 다 표현해야 할지..

글이 좋아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지금은 만들기 까지 하는 일을 나의 업으로 삼았으나,

아직도 나는 갈길이 멀고 목이 마르다.

각설하고, 오늘도 나는 내가 읽은 글월을 다시 묵묵히 적어본다. 인터파크 감사합니다.

-----------------------------------------------------------------------

은교라는 소설은 처음엔 기실은 알지 못하였다. 소설의 존재도 몰랐다. 허나 이 멋진 글월을 읽게 끔 도와준 매개체라면 요즘 한창 떠들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티저 영상을 보면서 과연 저 듣보잡 같은 스토리가 그저 영화로만 만들어 진 것일까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던 찰나 회사 동료가 책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냉큼 서점으로 달려가 집어들었다.

그 이후 난 미친듯이 글에 파고들었다. 이처럼 흡입력 있는 소설은 상당히 오래간 만이었다. 시간이라는 짬이 날때마다 또 끄집어 내고, 또 읽고, 줄을 그어가며 내가 때로는 적요가 되었다가, 때로는 수줍은 은교가, 또 때로는 멍청한 서지우가 되었다.

소설은 영화 예고 영상처럼 그리 천박하지도, 통속적이지도 아니하다. 밤에 썼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고요하고 어두우며 때로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회고록 처럼 써내려간 적요, 이 책의 화자인 Q변호사, 서지우의 일기는 담백하면서도 실제처럼 그려진다. 이 서술방식이 더 이 책에 빠져들게끔 하는 듯 하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 사이엔 오십여 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있다. 당신들은 이런 이유로 나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변태적인 애욕이라고 말할는지 모른다.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랑의 발화와 그 성장, 소멸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가 없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라고 설파하는 것은 명저 '팡세'를 남긴 파스칼이고, 사랑을 가리켜 '분별력 없는 광기'라고 한것은 셰익스피어다. 사랑은 사회적 그릇이나 시간의 눈금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본래 미친 감정이다. 당신들의 그것도 알고 보면 미친, 변태적인 운명을 타고 났다고 말하고 싶지만, 뭐 상관없다. 당신들의 사랑은 당신들의 것일 뿐이니까.

페이지 : 12

사랑에 관해서라면 작가마다 기술하는 방식이 참으로 다양하고 오묘하다. 파울로코엘료는 "오자히르"라는 작품에서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그의 공간, 그의 생활 모든것을, 심지어 그가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올해서 서른 넷이 되는 나는 또다른 "사랑"이란 의미를 배우고 있다. 20대의 발달과업이 사랑이라 했던가. 나는 그 말에 반기를 든다. 사랑이란 감정은 평생을 배워도 모를 어렵고도 수줍으며 미려하면서도 끈적거리는 것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각 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은교는 토끼, 새....그리고 자신과 서지우는 당나귀라고 했다.

쫑쫑거리고 펄럭이고 활발하고 맑고 밝은 토끼, 새... 그리고 늙은 자신, 자신이 끄는 코란도와 멍청한 애제자 서지우는...

히말라야에 가보면 당나귀가 가장 노련한 짐꾼이라고 했다. "짐을 두개로 나눠 줄로 묶어 보통 당나귀 등에 걸쳐 싣지. 평균 무게가 육십 킬로쯤 돼.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갈 땐 당나귀들조차 파르르 다리를 떨곤 해. 등허리도 항상 해질대로 해져 상처투성일세. 그래도 죽을 때까지 그 운명을 벗어나지 못해. 평생 군말 없이 히말라야 눈 덮인 고갯실으 넘어다녀. 정말, 눈물겹게 충직한 놈들이야. 내 코란도가 바로 그 당나귀일세." 이적교 시인은 설명했다. 시인에게 누구보다 충직했던 서지우가 마지막 가는길에, 시인의 당나귀 와 운명을 함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자못 상징적이었다.

페이지 : 76

노인 이적요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 책은 젊음과 늙음에 대해 끊임없는 화두를 던진다. 아니 젊음과 늙음이 아니라 노화현상을 말하는 것이겠지. 슬프다. 갑자기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따.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페이지 : 251

이 책에서 설정한 시인 이적요의 글 답게 이책에는 꽤 많은 멋진 명시들이 그의 마음을 시의적절하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중에 내 맘에 드는 시 몇편을 여기에 옮겨 적어 볼까 한다.

..유명한 "군도"를 쓴 독일 작가 실러는 시간의 걸음에는 세가지가 있다면서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되어 있다" 라고 썼다.

....

나의 머리는 반백이 되고

나의 배는 복통처럼 불러지고

나의 기침은 그칠 새 없다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젊었을 때는 얼마나 행복했었는지!참말로

해를 쪼이고 잇는 도마뱀처럼

나의 발가락이 물가에서 갈색이 되어가는 ㄴ것을 쳐다보며

나의 발이 그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걸 바라보았었다

세월가는 줄도 모르고서

-J.프레베르, "늙는다"에서

...."연애가 주는 최대의 행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손을 처음 쥐는 것이다"

스탕달이 "연애론"에서 한 말이다.

..쭈글거리는 노파는

귀여운 아기를 보자 마음이 참 기뻤다

모두가, 좋아하고 뜻을 받아주는 그 귀여운 아기는

노파처럼 이가 없고 머리털도 없었다

-C.P. 보들레르(Baudelaire), 노파의 절망 에서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것은 심심하기 때문이다.

그대가 세상을 보고 짖는 것은 무섭기 때문인데

그대는 오늘도 개보다 많이 짓는다.

-시집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중 "소음" 에서..

작가는 끊임없는 대조와 병렬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빛과 그림자, 청춘과 노화, 자존감과 열등감, 믿음과 배신, 순수와 천박함, 남자와 여자...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같고 겹치며 중의적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청춘과 사랑에 대해 끊임없는 자문을 해보았다.

나는 젊은 것인가, 늙은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이제껏 느꼈던 사랑이란 감정은 과연 무엇이며, 내가 생각한 것 역시 적요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있게 옳다 그르다 정의 할 수 있을 정도의 논지를 갖추었던가...

아직은 어리다고 스스로 믿고 있기에 당나귀가 아니라 새의 입장에 서고 싶다.

그리고 새처럼 폴짝거리며 다소 아둔하고 멍청하지만 나만 바라보는 당나귀를 찾아나서고 싶다.

나역시 "The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다. 그것은 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Plus, the environment, too.

정말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내 머릿속에 맴도는 BG 팝송, 호텔 캘리포니아....

*내가 모르거나 아리끼리한 단어정리

1) 여반장 :손바닥을 뒤집듯 쉽다. 예)그까짓 일쯤 여반장이지.

2) 아퀴:일의 갈피를 잡아 아우르는 끝 매듭, 일이나 말의 끝 마무리를 짓다.

3) 쇠별꽃:석죽과의 이년초 또는 다년초 . 습기가 있는 곳에 자라는 들풀의 한가지. 밑부분은 옆으로 자라다가 20~까지 곧추 자람. 5~6월에 흰꽃이 겨드랑이마다 달림. 어린순은 나물로 먹음.

4) 지청구:꾸지람, 아무까닭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함.

5) 걀쭉:여릿이 모두가 길쭉한 모양

6) 반면교사:극히 나쁜면만을 가르쳐주는 선생이란 뜻으로

7) 미상불:아닌게 아니라 과연. 미상비 예)경치가 미상불 절경이로다.

8) 하마:부사, 이미, 벌써.. 옛말

9) 서기:상서로운 기운, 경사스러운 분위기

10) 불문가지: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음

11) 정염:불같이 타오르는 열정, 정화

8) 도저한:학문이나 생각등이 올곧고 흐트러짐이 없다. 깊고 철저하다.

9) 웅혼한:시문이나 필적따위가 웅장하고 막힘이 없다.

10) 단근질:지난날, 죄인의 살갗을 불에 달군 쇠로 지지던 형벌. 낙형, 담금질은 쇠를 불에 달구었다가 찬물 속에 담그는 일을 말한다.

11) 반닫이:궤의한 가지, 앞부분의 위쪽 절반이 문짝으로 되어 있어서 아래로 젖혀 여닫음.

12) 사금파리: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