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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히 불쾌한 감정은 아니었어요,
난 직접적인 관계자도 아니고요.
하지만 자라면서 어떤 부조리한 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몸 속 깊은 곳을 누가 슬그머니 휘젓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가라앉은 앙금 속에서 뭔가가 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죠.
그 때 느끼는 그 불편한 기분이 조금씩 몸속에 축적됐어요.
계기가 뭐였는지 잊어버렸지만, 어느날 문득 내 안에 축적된 걸 어떻게 해야한다는 걸 깨닳았어요. 
몸 속에서 긁어내지 않으면 숨이 막혀서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그래서 생각한 거예요. 
어떻게 하면 그걸 뱉아낼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가지 사건을 여러 사람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엮어나간다. 
묘한 느낌이 드는 그렇지만 아름답고 신비스럼 여인 히사코,
어렸을 때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한 여인을 이해하고 싶어했던 사이가.
그들 사이의 미묘한 의리와 끝까지 확실하지 않은 안개 속의 이야기 같은 그 사건. 
결국은 원한 대로 바라보는 사람들. 완벽하게 확실하고 객관적인 것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이 소설 속의 모든 사건이 다 안개 속 같았다. 

신나게 소설을 읽어나가고,
읽는 중에도 안개 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다 읽고 난 후에도 안개 속에서 여전히 길을 잃은 것처럼 둥둥 떠다니게 만드는 온다 리쿠.
그녀 특유의 느낌이 이 책에서 100% 발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하지만 모두 연약하고, 조금은 악하고, 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

고독을 원했던 히사코와
히사코를 이해하고 싶었던 사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그것이 본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는 좌절해버린, 그리고 어릴 때 저지른 죄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사이가의 둘째 오빠. 
그리고 의문의 남자. 

결국은 또 나에게 공이 넘어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