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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구나, 라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오다기리는 매번 나를 보고, 바보구나, 라고 말한다.... 

좋아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좋아한다는 것은, 싫어하는 것도 포함하여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도 좋아해라든지 잠깐만이라든지 하는 대답을 들려두어야 한다. 
하지만 바보구나 하면, 에이, 머가, 하며 바보처럼 웃고 있어도 된다. 
보류해도 된다. 

엑시트 뮤직에서 카운터를 사이에 둔 거리. 그것이 그와의 바른 거리라고 히나코는 생각했다. 
떨어져도 안되고, 붙어서도 안된다. 
소중한 기분이 언제나 두사람 사이에서 아이처럼 놀고 있다. 
딱 붙어서 질식시켜버리면 안된다. 
그리고 히나코는 거리감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히나코는 고등학교 때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인기남인 오다기리에게 사랑에 빠진다. 동경이라는 것이 더 맞을까? 여자와의 문란한 관계에 대해 소문이 무성했던 오다기리는 의외로 그녀와는 담백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히나코는 늘 불안해한다. 

오다기리는 그녀와 사귀지는 않으면서도,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으면 불안해하고, 기분 나빠한다. 이것은 소유욕일까? 사랑일까? 그렇게 십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해 온 그 둘. 

연인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도 아닌데
그들의 관계는 그 이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히나코는 가까워질 수 없는 오다기리의 성격이나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안절부절 하는 것 같지만, 어지보면 둘 다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하게 여기는 감정이 사라질까봐, 평범한 다른 사람처럼 사랑하고 지루해하고 미워하다가 헤어지게 될까봐 겁먹고 거리를 두는 둘의 미성숙이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