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떤 순간은 다른 순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순간은 다른 한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다른 어떤 누구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자격이 없다는 것. 그 과정이 다 인생이고 삶이겠지만.

예를 들어 고 3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학교 1학년 때 보다, 고 3 때 더 행복했고,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더러 어떤 사람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내 고3을 모르기에, 또 나를 완전히 모르기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그렇다. 어떤 한 순간에 있고 싶어서, 또는 어떤 한 사람을 살리고자 다른 시간들을 희생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60대 엘리엇은 엔지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려하고, 30대 엘리엇은 일리나를 살려두기 위해 사랑과 우정을 포기하고, 60대 매트는 일생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 

엘리엇에게는 일리나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있다는 듯 살아가며, 그저 엔지와의 만남만 기다린다. 기다렸다기 보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견뎌냈다는 것이 맞을까. 그리고는 평생 일리나를 만나지 않고 살아간다. 

이 소설을 보면서, 나비효과였나? 그 영화가 생각이 났다. 주인공은 상황을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계속해서 비틀어지는 삶. 그렇게 될까봐 계속 두근거리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매트도 멋진 배우자와 행복한 삶을 살게 되고, 일리나도 보람 있는 삶을 살아나가고, 엔지 역시 무사했으며, 마지막에 엘리엇과 일리나가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나, 엘리엇, 매트의 멋진 우정과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웠기도 했고, 기욤 뮈소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끔찍한 죽음들이 연속해서 일어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까지 본 어떤 책보다 좋았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도, 마음에서 걷어내지도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