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이자와 고타로는 사진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가 어떻게 사진을 즐기고, 어떻게 접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아마추어는 고객의 필요나 욕구에 맞춰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솔직하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진 관련 도서와 달리, 이자와 고타로는 단지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즐기는 네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그 첫번째는 보는 것이다. 즉 사진전에 가고, 온라인 사진전을 둘러보는 것. 사진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사진전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현재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늘 접하고 있다. 때로는 내가 어떻게 찍혔고, 상대방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저 상대방의 사진이 좋아서 보고 싶어하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 사진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온라인 사진 동호회에서 아마추어들이 업로드해 둔 사진을 보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는 것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사카 고타로의 의미와는 조금 다를 지 모르지만...

 

두번째는 읽는 것이다. 사진을 읽는다라... 이 부분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는 최초의 사진집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사진집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며 사진을 읽는 것에 대해 소개한다. 사진집은 크게 스토리형, 도감형, 무리사진형, 절충형이 있다. 스토리형은 영화 처럼,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사진들을 연결한 사진집을 말한다. 도감형은 여러 인종의 얼굴을 찍어 배치한 베네통의 매장 사진처럼, 또는 식물 연감처럼, 통일된 대상을 나열하여 찍는 것이다. 각각의 차이와 공통성을 비교하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무리 사진형은 샤워를 하듯 사진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사진집이고, 절충형은 각각의 요소를 잘 취합해서 만들어진 사진집이다. 이러한 사진집들은 최상의 편집 작업을 거쳐 독자에게 다가갈 때 소설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던질 수 있다.

 

세번째는 찍는 것이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 컴퓨터에 부착된 화상 카메라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두세가지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서 찍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가 이쁘게 나오는 방법에 대한 고민만 하는 것 같지만... 어떻든 찍는 것에는 무한 즐거움이 있다. 찍을 때의 느낌과 실제로 보는 것과, 현상한 사진의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네번째는 모으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HOT의 사진을 종류별로 사서 모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디 굴러다니는 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몇 년 전 만해도 가끔 꺼내 보며 추억을 되새기곤 했었다. 저자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는 소녀들의 사진을 모았다고 했다. 나의 빛바랜 사진은 추억을 떠올려서 좋다. 일반 사진을 모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진을 즐기는 방법을 차분하게, 역사와 함께 전달해주어서 좋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 보고 싶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