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정성스레 만들어 내놓은 음식들을 두고서도, 식구들 모두가 젓가락만을 물고서는 밥상머리를 선회할 때면 서운함과 함께 미안함이 교차한다. 늘상 그래왔듯 있는 것들에 모든 양념을 두루 이용했음에도 무언가 2퍼센트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때는 음식맛만 탓하는 이들이 야속했는데 이젠 어렴풋하게나마 그 이유들을 골라낼 수 있을 듯 싶다.

 항상 특별난 재료가 없을지라도, 아무런 부담없이 밥상을 뚝딱 차려 내시는 어머님을 뵐때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 비법이 무엇일까 싶어 눈여겨 보았지만, 나와 별다른 것이 없음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세월의 연륜과 손맛"이라는 것만이 나와 다른 것이라고 판단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것이 아닌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익숙치 않은 어머님의 간장, 젓갈이 그 비법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화학적인 감미료 보다는 자연 조미료를 애용하지만 간장이나 젓갈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소금으로 마무리를 하는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간편한 양념류에 익숙하다보니 그러한 것에는 미처 손이 가지 않은 채, 그 깊은 맛을 느낄 줄만 알았지 어떻게 완성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채 어수룩한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접 해보면서 각각의 맛을  보아 가늠하기 보다는 아직까지도 어른들의 손맛을 빌려대고 있으니......, 주부 경력이 무색할 뿐이다. 그렇다고 열심으로 그러한 것들의 방법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니,훗날 아무도 해주는 이가 없게 되면 정말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실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잘못되고 있다라는 사실을 느꼈을때 해보고 싶은 열정과 함께 실천하는 기회를....., 이번에는 꼭 만들어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맛깔스런 설명들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나열되어진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들을 얻기 위해 그때마다 꼼꼼히 챙겨야 하는 바지런함과 정성이 더불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것들이 제 맛을  우러내지 않았나  싶다. 먹거리에 대한 걱정과 고민만을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하나씩 준비하고 노력하면 언제나 건강한 삶을 이어갈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스로에게 기억되는 음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배부름"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때로는 아이들이 그것을 특별하다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나름의 추억과 함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해시키려면,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기회와 맛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시간의 변화에 이전과 똑같이는 할 수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더 많이 오래 느낄 수 있었으면....... 직접 만져보며 얻어낸 것들로 차려진 밥상의 기쁨을 위해서 좀 더 솔선수범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