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말하지 않아도 깊은 속내 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관계가 무엇이 있으며 얼마나 많이 있을까, 오랜 세월을 정으로 맞춤을 한 부부의 사이나 내 속에서 나와 사랑과 정성으로 자라난 자식과의 관계 아니면 그만큼의 비중을 같이한 이들과의 인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들과 소통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힘겹게 느껴진다. 가끔은 너무 잘알고 있기에 어느 일면 자신과도 같은 행동 모습에 꺼리게 되는 것도 있고 새삼 놀라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끌림은 배워지는 것이 아닌 타고난 듯한 느낌이기에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때가 많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가 차츰 나이들게 되면 여자대 여자로서 삶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연민과 이해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전쟁으로 인해 딸의 곁을 떠나야 했던 엄마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늘상 함께 하듯 이야기하는 아이의 이야기는 뭔가 뭉클함을 안겨준다. 늘상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엄마는 아이를 위해 여러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커가며 조금씩 나누어 주어야 했던 여러 생각과 느낌에 대한 자신의 경험들을...., 딸과 엄마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애잔함과 따스함을 더불어 느끼게 된다.

 

차마 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남는다면 그 고통은 말할것도 없이 대단할 것이다. 숨어 있듯 하지만 말고 그만 나오기를 바라는 아이도,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애끓는 마음이 함께 하기는 해도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모녀의 마음은 결코 슬프지만은 않게 여겨진다. 그러고 보니 나를 반영하듯 채근하고 아무런 의미없는 다독임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그 모두가 사랑임을 알지만 정해지지 않는 나만의 일방적 사랑이라면 그것은 분명 마음의 짐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에...... 대단한 인연으로 해서 나와 닮은, 나를 아는 아이가 있는 것인데 진심을 느껴갈 수 있게 다정하고 푸근한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모녀의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