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길 울타리 넘어 늘어져 피어있는 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 눈에 띄는 꽃을 한 켠에 심고자 했었는데..., 그 꽃가루가 좋지 않다고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처럼 이야기중에도 그와 비슷한 암시를 주고 있다. 가슴 아픈 내용으로 인해 선뜻 택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하늘의 정원에서 소화를 훔쳐 여러곳에 뿌리 내리게 한 죄로 인해, 정겨운 이와의 이별을 해야만 하는 여늬의 이야기는 내내 애잔하다.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의 죄값 때문에 팔목수라가 행하는 말과 짓에 가슴이 눌리 수 밖에 없으니.......

4백여 년 전 미라와 편지 판독 작업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을 전부 신뢰할 수 없지만 절절한 사연으로 인해 되새기게 되는 것들이 많다. 갑작스레 닥쳐진 일들로 인해 남겨진 자신의 신세와 그리움이 구구절절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연과 하나가 되지 못한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떠한 인연으로 해서 그들이 부부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그 힘겨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들이 어떤 것들인지 확인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려워진다. 비껴가고자 한 삶의 일정을 인간의 도리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다시금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과연 운명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등등의 물음과 함께 남겨진 여늬의 존재와 그 아픔까지도.......

그러나 그와같은 보다 간절함을 품은 편지를 보듬고 있었기에 후에라도 그들은 다시금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인가 능소화를 보게 되면 여늬와 응태가 생각날 듯하다. 누군가를 연상케 되는 꽃이 있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듯이.......

" 세상에 누가 우리 같겠소. 세상에 누가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겠소. 나는 우리 머리가 희어질때까지 살다가 함께 죽을수 있기를 바랄 뿐이오. 세상에 누가 있어 당신처럼 아름답겠소. 내가 세상에 다시 난들 당신처럼 어여쁜 아내를 만날 수 있겠소. 나는 당신을 죽을때 까지 사랑할 것이오. 아니오. 죽어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이오." 라고 살갑게 말해주던 그들의 사랑이 은근 부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