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때의 친구 소야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의미와 역할을 깨닫게 된 민희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때의 마음을 회자한다. 묵직하게 삶의 틀을 잡아가게 한 소야가 함께 하지 못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 듯 해서,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긴 세월 내내 품어 왔기에.......

누구 보다도 소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던 입장이었던 민희. 힘겨운 삶의 과정이 민희에게는 어느 형제들보다도 가슴 휑하게 다가와져서, 투정 아닌 투정같은 말과 행동을 했던 것 같다. 먹고 살기 급급한 가정형편과 관심의 소홀로 인해 늘상 우수리와 같다고 인정했던 아이였으니까....... 같이 살게 된 소야의 처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또래 친구가 자기보다 나은 것 같고, 그로인해 자신이 더 소외되는 것 같았기에 우연찮게 알게된 불량스런 그들에게 이끌린 것인지도 모른다.

뭔가 자신을 구속하고 간섭하는 것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로워 보이는 것이 좋은 나이. 불만스러운 것에 대한 이해보다는 참을 수 없어 튕겨져 나가려 하는 아이들이 그 즈음에서 힘겨운 과정을 겪기도 하는 때가 사춘기이다. 모두가 그러한 과정을 겪는 것이 아니기에 간과할 수도 있지만 늘상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당연히 해 나갔기에 엄마도 민희에게 그리고 처지가 바뀐 소야에게 조심성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친구를 이해해 가는 아이들에게 소소한 것들까지 제지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힘겨움의 느낌은 더할 것이다.

커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실제는 그러지 못하고 엮이고 얽히는 것들이 많다. 서로간의 신뢰나 존중, 이해함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도 다스릴 수 없게 되는 그 무언가를 헤아리기 보다는 불만스럽게 문제만을 만들었으니....... 내 맡기면 무언가 될 것이란 막연한 자세와 각오로 주변을 혼란스럽게 했으니 힘겨운 역전의 과정이 필요케 된 것이라 보여진다. 그 결과로 소야가 허무하고 안타깝게 모두의 곁을 떠나게 되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소야를 통해 또렷한 목표와 의지를 되새겼고 그로인한 감사와 그리움을 전하는 민희의 마음 또한 다른 어떤이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친구이지만 인생의 큰 좌표로서 서로에게 자리해 있는 것처럼, 각인되는 친구를 얻을 수 있었으면.......

사춘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