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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백석 시인이 떠오른다.
그의 동화시 작품을 읽어보면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리고 그 속에 시라는 형식에 잘 맞춘 운율이 절로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는 그의 동화시를 읽는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백석의 동화시가 이와 같을 진데 다른 작가의 동화시는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이 책을 소개 받았다.
소개해 준 분도 읽어보지는 않았고, 삼국유사를 동화시로 썼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에 추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신선함을 생각하고 이 책을 받아든 나도 그렇고 이 책을 추천한 분도 그렇고 모두 실망하여 조심스럽게 어떠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너무도 훌륭한 작품을 남긴 백석을 먼저 만났기에 그러한 것일까?
최고 정점에 올라서 있는 동화시를 만나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만났기에 느끼는 극과극의 대비일까?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이 작품을 낸 작가를 생각하며 얼마나 머리 아프게 시의 틀에 맞추려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데, 혹평을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많이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나마도 뒤에 실린 몇 작품은 기억에 뚜렷이 남을 정도로 시의 운율과 함께 이야기 전달력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한 두 작품에 불과하다 보니 그 작품을 읽으려 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아래글은 이 책을 읽고 짧게나마 그 인상을 써 놓았던 글이다.
그렇기에 위에 써 놓은 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래글이 내가 내린 이 책에 대한 구체적 느낌이란 생각이 들어 옮겨놓는다.

삼국유사를 노래한 동화시이다.

삼국유사를 동화시로 옮기는 작업을 한 작가의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그러나 동화시집을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꼈고, 시라는 틀에 삼국유사를 꿰어 맞춘 듯한 어색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백석의 동화시를 읽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는 것에 반해,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단점이 보였다.

시적인 반복, 운율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를 흐리게 하는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동화시 형식을 띄기 보다 서사시의 형식을 빌려왔었으면 더 나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두 형식 모두 흔히 쓰는 시의 형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그래도 삼국유사가 설화를 많이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양의 대서사시로 불리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처럼은 못 되어도 여러 사람에게 회자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