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의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는 아이와 내게 있어 아주 특별한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우리시 그림책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는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백석 동화시『준치가시』와 『여우난골족』, 윤석중님의 동시『넉 점 반』, 제주 꼬리따기노래 『시리동동 거미동동』, 가슴 따뜻한 이야기 『영이의 비닐 우산』등 한 권 한 권 정감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이런 따뜻한 인연은 지금까지도 아이가 우리시 그림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시 그림책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서평이벤트 신청을 하고 가슴 졸이며 발표를 기다렸었다.
당첨이 되지 않아 실망이 컸던 아이는 내내 이 책을 가슴에 묻어두었었나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환하게 웃으며 빌리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벤트 떨어져서 얼마나 속상했는지를 그제서야 털어놓았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으로 만난 책이어서인지 아이도 나도 기쁘게 보았다.

우리시 그림책은 아름다운 우리 말 뿐만 아니라 정감어린 그림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작품도 그러했다.
이전에 나온 우리시 그림책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바로 원래 전래동요에서 언어순화를 시켜놓은 점이라 할 수 있다.
원전은 체부배달로 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우편배달로 바꿔놓았고, 동구랑땡 동구랑땡이란 말은 이 책의 제목이 된 둥그렁 뎅 둥그렁 뎅으로 바꿔 놓았다.  동구랑땡이라고 하면 음식 이름과도 같아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동구랑땡보다는 둥그렁 뎅이 언어적으로 더 부드럽기에 그림톤과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이 외에도 여럿 그런 곳이 보인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맞을 것 같다.

우리시 그림책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옛말 그대로,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옮겨놓은 것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아이들의 이해에 언어의 질을 생각해서 최대한 순화시켜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 언어 순화를 시켜 놓으니 오히려 이 작품의 맛이 요즘 감각에 맞으면서 더 재미나게 들린 것도 사실이다.

아이도 혼자서 노래부르듯, 랩을 하듯 그렇게 신이나서 책을 노래했다.
그림 또한 재주넘기로 변신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잘 표현해 놓았다.
이 모든 일이 동그란 보름달이 뜬 다음에 일어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약간의 힌트를 주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겉장부터 둥근 보름달이 훤하게 비치지만 아이들은 그 보다는 재주를 넘어 모습이 바뀌는 것에 더 집중하다보니 보름달을 놓치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우리 것을 이렇게 재미나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이 시리즈가 가진 특징이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흉내내어 갖가지 꼬리따기 노래를 부르는 게임도 즐길 수 있었는데, 『둥그렁 뎅 둥그렁 뎅』역시 동물들의 특징을 살려 재주을 넘어 모습이 바뀌는 놀이를 할 수 있어 더욱 재미난 책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우리네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