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다.
작가가 위령에게 보내는 글 말미에 언제나 빠지지 않던 문구.
’오늘도 수영장에 가지 못했다.’
참 다양한 이유로 저자는 수영장에 가지 못했다고 말미에 적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수영장에 갔다라고 하는 문장으로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렇지 않고 끝나고 있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 요소인 듯 하다.

사실 공지영 작가의 작품은 10년전 『봉순이 언니』이후 읽지 않았었다.
그 동안 책과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어느날 우연히 들은 이야기에 편견이 생겼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 편견이 이 책을 읽는 나의 발목을 잡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 편견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고 결국에는 순수한 시선으로 책을 드려다 보는 것을 방해했다.

어느날 우연히 들은 작가에 대한 편견은 이렇다.
’공지영 작가는 한 때 운동권이었다는 점을 너무 작품에 드러내고 그것을 내세우는 것 같다. 이제는 그만 우려먹었으면 하는 비판이 많다.’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공지영 작가가 한 때 운동권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런가 보다 하고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막상 이 책을 읽는 도중 저자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이 말이 너무도 선명하게 떠오르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 부분을 읽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 많이 놀랐다.
되도록이면 책에 대한 편견없이 읽고자 책을 읽기전에는 출판사평도 독자 리뷰도 잘 읽어보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다르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내가 놓쳤던 부분은 무엇인지를 발견하며 다시금 작품을 돌아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이야기가 책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읽던 중간 책을 내려놓고 다른 책을 읽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때 잡은 책이 이 책과 비슷한 유형의 에세이였고, 그 작품의 편안하고 쉬운 문장 및 저자의 맛깔난 이야기에 이 작품의 감흥이 반감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남부터 매끄럽지 않아서인지 끝까지 이 작품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만 나타나는 듯 했다.
그래도 다시 이 책에 몰입하기 위해 마음과 머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마음에 자리잡았던 편견, 머리에 남아 있는 기억을 지우기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패였다.

그리 쉽게 굴복할 줄은 몰랐다.
다시 그 이유를 찾아 헤매었다.
나름대로 찾아낸 결론은 문장의 흡인력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저자의 문장은 깔끔한 맛을 주지는 못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또한 너무도 많은 작품의 일 부분을 발췌해서 싣다보니 몰입에 이 또한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이 작품의 특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 내게는 큰 걸림돌 역할을 한 셈이다.

작가가 작가의 딸에게 보냈던 편지를 책으로 엮었다는 사실을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하며, 작가의 진심이 읽혔지만 이미 때가 늦은 뒤였다.
알면서도 감흥을 못 느꼈기에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그렇지만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의 좋은 글귀를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할 때면 찌릿한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 또한  나와 같은 부분을 공감했다는 사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 작품이 가진 매력에 빨려들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내게는 불운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책을 어렵게 읽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음번에 좀 더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접해 보고 싶다.
그때도 이런 느낌일지도 궁금하고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내가 읽지 않았던 작품도 읽고 난 후 다시 접하면 어떤 감흥을 느낄지도 궁금하다.

지금은 저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수영을 즐기실지...여전히 이것만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