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서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서를 읽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그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이유는 글쎄...잘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에게 인물이야기를 읽어주며 요즘 바뀐 역사관에 흥이 나기 시작했고, 역사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역사서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시각에서 쓰여진 책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내가 고르지 않았다.
유경이가 마을문고 서가에서 골라주었다.
처음에는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자,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그린 세종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개인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진 경우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유경이가 이 책을 골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기 보다 많은 사람들은 사극을 보는 듯 하다.
드라마다 보니 쉽게 이해되고 적절하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 더 쉽게 믿고 보는 듯 하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분이라면 사극을 보는 것을 반대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사극은 되도록이면 시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70분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극히 적고 많은 부분이 드라마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이다 보니 왜곡된 역사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또한 이러한 경우를 경험했다.
어릴적 ’하늘이시여’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 영조시대로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이야기였다.
드라마의 원작은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임을 밝히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국사를 배우면서 생각하니 내가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역사적 사실에 차이가 있었다.
그 때부터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만 보았던 것 같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교과목인 국사는 그저 시험 대비를 위해 밑줄 귿고 외우는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알고자 하는 바는 더 궁극적인 궁금증이었는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그 당시에는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는 작년에 세종대왕을 그린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열심히 시청을 하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보다 보니 사실 스토리가 이어지는 부분이 없다.
또한 잠깐이나마 그 드라마를 보며 ’황희’, ’정찬손’, ’정인지’, ’김종서’, ’장영실’ 등과 같은 당대 활약한 인물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보다보니 드라마 보다는 역사에 기록된 이 인물들에게 더 궁금증이 생겼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에 읽었던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 드라마로 그려진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고, 인물 묘사 또한 역사적 평가와 다른 점이 있는 듯해서 드라마에 더더욱 정을 못 붙인 듯 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내게는 흥미진진했다.
세종에 대해 ’태종’, ’황희’, ’허조’, ’박연’, ’정인지’, ’수양대군’, ’김종서’, ’신숙주’, 그리고 한참 후대인 ’정조’의 시각에서 서술되어 있어 각 인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세종에 대해 좀 더 세심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작가가 있다보니 작가의 사견이 많이 개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되도록이면 역사적 기술에 근거로 하여 기술이 되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견이 담겼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사견이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근거 자료 중심이라 이 부분을 통해 나름대로 인물들을 그려보는 재미가 있기에 그리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여러 인물 중 가장 눈여겨 본 인물은 바로 ’정조’였다.
역시 최근에 드라마로 다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다.
그 드라마도 시청하지 않았지만,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두 왕이기에 가장 몰입이 된 듯 하다.
그리고 최근에 불거져 나온 ’정조’란 인물평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보니 과연 이 작가는 이 논란이 있기전에 이 책을 집필했기에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는 ’세종’과 ’정조’를 이렇게 기술했다.

	우리 역사의 ’전성기’ - 세종, ’중흥기’ - 정조 정조는 세종의 집현전을 벤치마킹해 싱크탱크 규장각을 만들어 인재를 길렀고, 학문을 좋아해 문예부흥의 시대를 열었다.  백성들의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 한 애민군주라는 점도 같다.  반면 차이점도 많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세종의 제일성, 즉 "내가 인물을 알지 못하니 의논해서 등용하고자 한다"는 말과 대조된다. 위 말은 첫째, 세종과 정조의 정치 기반의 차이를 말해 준다. 둘째, 정조는 세종과 달리 자신의 정치노선을 선언하고 신하들에게 따르도록 ’위협’하곤 했다. 셋째, 효과적이지 못했던 왕위 계승 문제는 좋지 않은 공통점이다.
페이지 : 258

두 군주를 비교해 보면 앞 페이지에 세종시대 인물들이 본 ’세종’에 대해 기술이 되어 있지만, 그곳에서 그려낸 인물됨을 이 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주 비교되는 ’정조’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장이었다.

역시 이런 부분은 교과서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맛이다.
단 몇 줄에 업적만 기술된 교과서와 달리 다양한 시각에서 한 인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이 2007년도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올해의 청소년도서로 뽑히지 않았나 싶다.
어디 어디 선정도서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나 또한 이런 점에 끌려 딸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소장 목록에 추가가 된 책이다.

각 인물들이 바라본 ’세종’에 대해 리뷰를 남기면 더 좋겠지만, 그러면 이 책을 읽을 많은 분들이 미리 내용을 알고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정조’가 본 세종에 대해서만 아주 조금 구체적으로 리뷰를 남기게 되었다.

지금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나 또한 다 소화를 해 내지 못한 부분이 많음을 인정한다.
두고두고 읽으며 많이 고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