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서 책등에 쓰여진 제목만 보고 골랐다.
아이에게 표지를 보여주었더니 손으로 보내는 우리들 만의 사인 O.K!

일단 제목에서 끌린다.
너무 찬한 사이인데 - 여자 애들 이야기.
딸을 키우다 보니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도 그러했던 것 같다.

표지만 보고 제목만 보고 드는 이 책에 대한 내용 짐작은 바로 단짝 친구에 대한 이야기일 거야! 하는 것이다.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은 진정한 우정을 깨닫는다는 뭐 그런 이야기일 거라 예상된다.
나도 아이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서로 ’단짝 친구’란 단어를 동시에 내뱉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다.
물론, 결론은 진정한 우정을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다르다.
9살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이 가장 큰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책을 덮은 후 아이와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아이는 열등감에 대해서는 모른다.
단지 아이는 알리마가 잘못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자, 그럼 알리마가 한 잘못이란 건 무엇일까?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알리마의 잘못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찾아보자.

이야기는 프랑스가 배경이다.
프랑스인인 시도니는 넉넉한 집안의 외동 딸이다.
수의사인 인자한 어머니, 비행기 조종사인 아버지, 케잌을 맛있게 만드시는 좋은 할머니까지 있는 시도니.
시도니에게는 아랍계 알제리인으로 프랑스에 불법체류(불법체류자라고는 나와 있지 않다.  단지 문제가 발생시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짐작한 말이다) 중인 알리마라는 친한 친구가 생긴다.
알리마는 그렇기에 사소한 문제라도 일으키면 언제라도 알제리로 추방당할 위태로운 위치에 놓여 있는 아주 불안정한 가정의 아이다.
게다가 마약까지 하는 불량스런 오빠와 밑으로 동생도 많다.

이렇듯 너무도 다른 두 집안의 딸.
그런데 그 둘이 너무도 친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시도니와 알리마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다.
그러면서 해결 방법 또한 제시한다.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인간의 삶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음식.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음식.
그것을 매개체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알리마는 자신의 마음 속에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모른다.
그러다 ’감자튀김’ 사건을 계기로 가슴 속 깊이 잠재돼 있던 열등감을 표출한다.

알리마의 열등감을 해결해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도니의 엄마다.
시도니의 엄마는 당혹스러운 상황속에서도 차분히 사건을 해결하신다.
직접적으로 알리마에게 잘못이 있는 양 다그치지도 소리치지도 않는다.
그저 알리마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이야기만 했다면 알리마는 가슴 속 깊이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시도니의 엄마는 원숭이를 이용한다.
원숭이 두 마리에게 똑같이 바나나 두개를 준다.
그런데 이 두 마리의 원숭이가 바나나를 하나씩 나눠 먹어도 되는데, 하나의 바나나를 가지고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끝내 바나나는 힘센 원숭이의 차지가 되고, 그 바나나를 빼앗긴 원숭이는 나머지 바나나를 먹지 않고 구석에 숨어 버린다.
이런 원숭이들의 행동을 보고 결국 알리마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너무도 이성적인 시도니의 엄마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작가의 필력에도 놀랐다.

어린 아이들이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도구는 바로 먹는 것, 음식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 상황을 눈으로 보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너무도 무겁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고 빨리 깨닫도록 하는 작가에게 어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책을 덮으며 시도니와 시도니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알리마에 대해서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열등감과 가진 자의 여유에 대해서.
아이는 잘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은 이해가 된다고 했다.
역시 쉽게 풀어낸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의 배경이 프랑스라 프랑스에서 있을 법한 일로 간주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번역이란 작업을 통해 우리 나라에 소개된 점만 보아도 이것이 결코 프랑스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그 세계화 속에서 인종간의 문제, 빈부의 문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를 대신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이가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더불어 현명하게 이 사회를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