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내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동생이 암투병을 시작하고 2달동안 조카를 내가 돌보게 되었었다.
유경이 보다 한 살 위였던 조카는 같은 여자아이여서 처음에는 자매처럼 아주 잘 지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하지만, 둘 다 외동이어서 그런지 고집이 대단했다.
그리고 양보를 하지 않아 매번 싸움이 나고,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 상황을 잘 알던 친구가 양재천으로 놀러 가자고 했다.
강남에 살던 친구는 한 번 가 보았는데, 아주 좋았다며 아이들 물놀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도 쌓인 스트레스를 풀라고.

5월의 약간 선선함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아이 둘을 버스에 태워 출발했다.
가방은 아이들 여벌옷으로 가득찼다.
간식은 친구가 모두 준비했다.

그렇게 친구와 나, 그리고 친구 아들과 조카와 유경이 이렇게 다섯이 양재천을 찾았다.
어린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물에서 첨벙첨벙하며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유경이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친구 아들을 사이에 두고 두 여자 아이는 은근히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날의 양재천은 자연학습 공간이 아닌 그저 물놀이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도 그 잠깐의 시간을 아주 즐기는 것 같았다.
유경이만 빼고....

친구와 헤어지며 꼭 다시 이곳에서 놀자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친구는 얼마 후에 호주로 이민을 떠난다.
이민을 떠나기 전이라도 함께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추억이 담긴 양재천을 책으로 만나보았다.
그저 물놀이의 장소였던 양재천에 대해 아주 상세히 기술된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을 들고 양재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양재천에 대한 정보가 가득했다.
자연학습을 위한 여러 공간도 있고,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식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설명과 더불어 생생한 사진도 있어, 아이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었다.

양재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지금의 양재천이 있기까지의 과정 등 아이들에게 상세히 기술해 놓은 점은 자연학습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주고 있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물놀이를 해도 수영장이 주가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자연미를 느낄 수 없다.
반면,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이 곧 친구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양재천은 그런 의미에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청계천이 복구가 되어 도심속에서도 자연을 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장소로소 양재천이 아이들에게 훨씬 더 많이 자연을 알려주는 곳이라 생각된다.
청계천은 인공적인 멋이 많이 가미가 되어 있는 단점이 있는데, 양재천은 인공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이 책 한 권을 들고 5월의 따스한 주말 한가롭게 도시락을 들고 놀러 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