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많은 행복감을 느꼈고, 지금도 그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우리 정서와 다른 서양의 정서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였다.
사실, 유아 그림책의 대부분은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다.
물론, 같은 동양권의 비슷한 정서를 지닌 일본 작가의 작품도 상당히 많지만, 아이들이 유독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 중에는 영국, 미국 등의 서양 작가가 많다.

그림책에는 그 나라의 정서,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가치관이 다른 우리 나라 아이들이 나중에 가치관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우리 작가들의 우리 그림책, 그 중에서도 우리 문화 그림책을 찾아 읽어주었다.

단행본을 만난 아이의 반응은 과히 놀라웠다.
호기심이 자극되었는지, 아니면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었는지, 우리 문화 그림책에 푹 빠져들었다.
아이가 한창 빠져 있다보니, 단행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무렵, 전집으로 우리 문화를 다룬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마침 우리 문화를 다룬 전집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요소에 우리 문화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지식 정보용 그림책이었다.
물론 이 책들에 대해 아이가 큰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순수 그림책 요소에 우리 문화가 잘 버무려진 그림책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런 점 때문에 단행본으로 계속 아이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지구별 문화 여행>이란 전집을 발견했다.
그 전집의 구성을 골고루 읽은 아이는 유독 우리 문화를 다룬 책을 좋아했다.
아이가 꼭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그 책을 찾아보았지만, 개정판에는 우리 문화 그림책이 구성에서 빠져있었다.
아이가 가장 원하는 책이 없는 개정판은 사실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낡은 책으로 계속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중고로 구판을 사서 보여주어야할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이런 고민 속에 이벤트를 만났고, 개정판에서 빠진 구성이 별도 구성으로 나온 사실을 알고 반갑기 그지없었다.

아이도 들뜬 마음으로 함께 이벤트를 보았고, 아이가 특히 더 좋아했던 책인 <효령이의 색동저고리>를 발견한 순간 탄성을 질렀다.

그렇게,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운이 좋아 <효령이의 색동저고리>가 왔으면 하는 설레임을 안고 기다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효령이의 색동저고리>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대신 아이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2권의 책이 배송되어, 아쉬움을 많이 달래 주었다.

전집할인매장을 주로 이용하기 보다,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사실 전집 및 그 구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소식 또한 느린 것이 현실이다.
책을 받아들고 초판 발행 일자를 보는 순간,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던 나의 행동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별 문화 여행>의 구성이 바뀔 때, 이미 이 구성만 별도로 출간되었는데 그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으니....
좀 더 일찍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책을 보았다.

책을 받아보니 <지구별 문화 여행>에서와 표지 제질도 바뀌었고, 표지 구성 또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타이틀부터 <교과서 전통 동화>로 바뀌었고, 백두편과 한라편으로 나눠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우리집에 도착한 책은 백두편 중 절기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 <민수의 일기>와 한라편 중 김치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 <민이네 김장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제일 먼저 손을 뻗어 읽어 본 책은 <민이네 김장하는 날>이었다.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친 김장을 경험한 것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단행본 중 김장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있어 아무래도 더 아이가 끌리지 않았나 싶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달리 그림책으로 풀어 놓았을지 궁금함이 더 했다.
이는 아이와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미 이 전집에 익숙해 있는 아이의 표정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기 전 그림만 먼저 쭉 함께 훑어 본 후 무슨 이야기일지 서로 생각을 주고 받았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살피며, 여자아이가 왜 토라져서 눈물이 흐르는 그림이 있을지, 그것과 김장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을지, 또한 토라진 아이의 표정처럼 엄마로 보여지는 분의 얼굴표정 또한 왜 일그러져 있는지를 이야기 나눠보았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며, 아이가 심심해서 엄마에게 놀아 달라고 떼를 쓰다가 엄마가 김장하느라 바뻐서 함께 놀아줄 수 없다고 하자 속상해서 눈물을 보이는 것 같고, 엄마는 놀아주고 싶어도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역시나 속상해서 화가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왜 눈물이 나는지를 짐작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주인공 민이가 눈물을 보이고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바로 매운 파를 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이 그림 속에는 옥의 티가 있다.
바로 김치를 할 때는 대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속에서는 대파를 어슷썰기를 하고 있지만, 보통 김치에 파를 넣을 때는 어슷썰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적으로 김치 담그는 법이 다르고, 김치 양념에 차이가 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상식에서 볼 때, 대파는 옥의 티라 생각된다.

김장을 준비하는 모습의 그림에서는 엄마가 무체를 썰던 모습과 고모가 채칼을 이용해 무채를 준비하던 모습을 이야기하며 엄마의 모습인 것 같다고 했다.

김칫소를 버무려 간을 보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살피며,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많이 매웠지만 그래도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림 속 액젓 병을 가리키며 못 보았던 것에 대해 물어왔다.
그래서 액젓을 넣고 김치를 하는 집도 있고, 우리처럼 액젓은 넣지 않고 새우젓을 넣고 김치를 하기도 하고, 평창할머니댁처럼 새우젓도 액젓도 넣지 않고 담그기도 한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채판에 놓여있는 것에 대해 물어와 생굴이라 알려주자, 굴이 먹고 싶다며 입맛을 다셨다.

두번째로 토라진 민이의 그림을 보며 아이는 날라가는 신발 한 짝에 시선이 꽂혔다.
웃으면서 단단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많이 심심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딸 아이도 엄마가 김장하는 동안 많이 심심했었다고 하며 민이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지만, 심심한 민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김치를 넣을 항아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하자, 아이는 어디에서 보았는지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도시, 시골 상관없이 그림처럼 항아리를 준비해 땅에 묻고 김장 김치를 보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다행히 아이는 시골 할머니댁에서 보아 이런 풍경에 낯설어 하지는 않았다.
시골 할머니댁도 김치냉장고에 김장 김치를 보관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항아리를 사용하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아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그림도 김치 냉장고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전통 문화답게 우리의 전통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시대적 흐름보다 우선이란 생각에서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김치를 김치통에 담는 모습.
이 그림에서도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이 또한 집집마다 김치를 보관하는 법이 틀리기에 다른 시각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 비춰보면 옥의 티라 생각된다.
옥의 티로 보여지는 그림 속 모습은 바로 갓 김장한 김치를 썰어서 김치통에 담는 모습이다.
갓 김장한 김치를 썰어서 보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적어도 내게는 낯 설었고, 옥의 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아이들이 알 수는 없지만, 주부로써 낯 선 모습에 한 번 더 시선이 가고 의아해 고개가 갸웃해 지는 장면이었다.

땅에 묻은 김치 항아리를 보며, 사실 함박 웃음이 나왔다.
김장을 예전처럼 아주 많이 한 것도 그렇지만, 땅에 묻은 김치 항아리의 수를 세어 보며 더 웃음이 나왔다.
딸아이도 김치 정말 많이 했다고 하며 입이 벌어졌다.

이렇게 그림만으로 먼저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을 해 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과 함께 읽어보았다.
예상했던 것과 빗나간 점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다양한 김치를 페이지 마다 별도로 소개해 놓아 좋았고 더불어 지역에 따라 맛, 조미료, 향신료, 재료, 젓국의 종류, 고춧가루 양, 풀 국의 사용 여부 등이 다르다는 점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가 특히나 좋아하는 백김치가 나온 순간, 아이는 입맛을 다셨다.
돌이 지나면서부터 김치 중에서 백김치와 동치미를 먹기 시작한 아이는 그래서인지 김치를 아주 잘 먹는 편이다.
그리고, 열무김치를 보며 평창할머니께서 해 주시는 열무김치가 지금 먹고 싶다고도 했다.
양배추보쌈김치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김치라 엄마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이런 김치도 있구나 하며 다양한 우리 김치에 감탄했다.
더덕김치에서는 엄마와 함께 직접 더덕을 캐보았던 일을 이야기하며, 특히 아빠가 좋아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감김치를 보면서는 감잎으로 물들인 옷을 올 여름 제주도 여행에서 기념으로 사왔는데, 그 감이 김치로도 변신하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의 한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아이가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았다.
당시 김치에 설탕대신 배를 갈아 넣는 것을 보더니, 다음에 김치를 담글 때 배를 갈아 넣으면 단맛이 나고, 설탕을 같은 조미료를 넣지 않아 건강에도 좋다고 나왔다고 하며, 다음에 김치를 담글 때는 꼭 배를 갈아 넣어 담궈보자고 했다.

마지막 부록 페이지를 함께 읽으며, 아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김치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던 이야기와 엄마가 들려준 전염병 <사스>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와 함께 읽다보니 부록 페이지가 지루하고, 읽기 싫은 페이지가 아닌 재미있는 페이지가 되었다.

두 번째로 읽어 본 <민수의 일기>.
24절기를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커다란 말풍선이다.
24절기의 기준이 음력인지 양력인지를 물어본 후, 정답을 잘 설명해 놓고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간지부터 자극해 주고 있는 페이지였고, 개구쟁이 아이들의 썰매타는 모습을 보며, 평창 할머니댁에서 엄마와 함께 타 보았던 눈썰매를 이야기하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더 많이 썰매를 타고 싶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기로 이루어져있다.
지금은 2008년이지만, 이 책의 일기 속 날짜는 2009년, 바로 내년으로 되어 있다.
미리 읽는 일기?
아이와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첫 시작부터 아이는 일기 형식에 딴지를 걸었다.
학교에서 일기쓰기를 배울 때, 절대로 ’오늘’, ’나는’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으로 시작되는 민수의 일기에 이 말은 쓰면 안 되는 말이라고 딴지를 걸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림과 글을 읽어 나갔다.
먼저 읽은 <민이네 김장하는 날>과 달리 미리 그림만을 보며 먼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바로 책을 읽었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조용히 읽었다.

24절기.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이가 5살때 아이에게 24절기 병풍책을 만들어준 경험이 있고, 아이가 그것을 가지고 잘 놀아서인지, 아이는 생각보다 잘 이해하는 듯 보였다.
개인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것은 아니었고, 이웃집에 초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가 아이에게 만들어 주면 좋아한다고 하여 자료를 얻어 따라해 보았는데, 그림에 소질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색연필료 색칠하는 것이 참 힘들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래도 만들어 각각 코팅을 하고 색테이프를 이용해 붙여놓으니 그럴싸한 병풍책이 완성되었고, 아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흉내도 내며 잘 가지고 놀았다. 물론, 지금도 가끔 들여다 보면 논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와 함께 24절기 병풍책을 가지고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졋다.
그런데, 병풍책에 소개된 24절기는 태양 기준이 아닌 달 기준이라고 되어 있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낸 것이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달 기준으로 24절기를 구분해 놓았다고 잘못 알고 있을 뻔 했다.
집에 백과 사전이 없다보니, 컴퓨터를 이용해 찾아보았다.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것이다.
역시나, 태양 기준으로 되어 있다.
아마 이 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계속 잘못된 정보를 맞다고 생각할 뻔 했다.

입춘(立春)을 비교해서 읽어보니, 책에 소개된 풍습과 다른 풍습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입춘대길(立春大吉)이란 글을 대문에 써 붙인다고 되어 있다.

우수(雨水)의 내용은 같았다.
특히, 북쪽을 향해 날아가는 기러기에 대한 내용과 곁들여진 그림이 똑같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 놀라움을 나타냈다.

경칩(驚蟄) 역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난다는 되어 있었다.

춘분(春分)의 내용은 아주 달랐다.
내가 만들어 준 병풍책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되어 설명해 놓았고, <민수의 일기>에서는 제비가 돌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청명(淸明)의 내용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는 부분이었다.
<민수의 일기>에서는 조상님 뵤를 돌보는 그림과 내용이 소개되어 있고, 내가 만들어 준 병풍책에는 농사를 준비 중 논과 밭의 둑을 손질한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

곡우(穀雨)를 보니, 두 그림 모두 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약간의 시대적 차이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입하(立夏)를 보면 역시 공통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잡초를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소만(小滿)을 보니 모내기에 대한 내용이 들어왔다.
<민수의 일기>에서는 현실감있게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 내가 만든 병풍책에서는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이 때가 모내기를 하는 적기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망종(芒種)을 살펴보니 모두 다 농사일로 바쁜 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夏至)역시 낮이 가장 긴 날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서(小署)를 보면 공통된 이야기를 찾아 볼 수 있었다.

대서(大署)는 서로 상반된 그림이 대조를 이루었다.
비가 내리는 <민수의 일기>와 아주 무더운 날임을 보여주는 병풍책의 그림.
그러면서도 매우 던운 날임을 똑같이 알려 주고 있었다.

입추(立秋)에서는 가을 문턱임과 김치를 심는다는 내용이 동일했다.

처서(處署)에서 찾아낸 공통된 이야기는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 내용이었다.

백로(白路)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별히 큰 특징이 없어서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수의 일기>에서는 추석을 준비하는 모습이, 병풍책에서는 아침에 이슬이 맺힌다고 되어 있다.

추분(秋分)의 공통된 내용은 가을걷이였다.
<민수의 일기>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로 나무창살 밖으로 날아오는 기러기의 모습이 그러했다.

한로(寒路)에서는 또다시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민수의 일기>에서는 활짝 핀 국화와 국화주에 국화전을 붙여 먹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중양절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병풍책에는 알곡을 떨어내는 타작을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상강(霜降)도 표면적인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민수의 일기>에서는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이라면, 병풍책에서는 농사일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이 나와있었다.

입동(立冬)은 똑같았다.
둘 다 김장하는 그림이었고, 내용도 김장에 대해 나와 있었다.

소설(小雪)의 내용도 동일하게 첫눈 이야기였다.

대설(大雪) 역시 아주 많이 내린 눈 이야기가 공통되었다.

동지(冬至)의 대표적 풍습인 동지 팥죽 이야기가 동일했다.

소한(小寒) 역시 소한 추위에 대한 이야기가 안내되어 있었다.

대한(大寒)에서 눈여겨 진 점은 병풍책에 소개되어 있는 속담이었다.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란 속담으로 대한이면 추위가 물러남을 잘 보여주는 속담이라고 서로 입을 모았다.

이렇게 24절기를 오랜시간 비교해 본 후 아이와 나 모두 지쳐 잠이 들었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진하게 맛을 본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아이와 함께 깊은 맛을 느꼈다.
그만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렇기에 아이가 이 책을 그토록 읽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빌려보는 책과 소장한 책과의 차이점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내 책이기에 그 깊은 맛을 볼 수 있지만, 빌려보는 책은 한계가 있어 깊은 맛 보다는 얕은 맛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는 더 깊은 맛을 원했고, 이번에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벤트를 통해 비록 2권을 만나보았지만, 이미 만나본 백두대간을 지키는 호랑이, 신라 시대로 간 한얼이, 씨름 장사 동이, 어디만큰 왔니?, 효령이의 색동저고리, 전통 부채 이야기, 장에 가는 날, 돌고 돌아 무엇이 될꼬?, 우리 누나 시집 간대요를 통해 우리 문화가 얼마나 잘 담긴 책인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문화, 우리 정서, 우리 것이 진하게 묻어나는 한국퍼킨스의 NEW 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교과서 전통동화를 우리 문화 그림책을 찾는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며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