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애착도 생기고 그런 것 같아요.
아이와 헌책방도 가끔 나들이 가는데, 그곳에서 느끼는 맛이 일반 서점과 아주 많이 다르거든요.
사다리를 이용해 높이 있는 책도 내려 보는 재미도 있고, 아주 오래된 책을 찾는 재미도 있고, 미로처럼 책과 책 사이를 누비는 재미, 책장 한 구석에 앉아 책을 읽는 재미.
정말 아이와 저의 특별한 공간으로 추억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랍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곳 이야기가 아닌 주워온 책 이야기를 하려고요.

아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책이라면 그저 좋아라 합니다.
분야 불문하고 연령대 불문하고 그저 좋아서 읽습니다.

그렇다보니 아파트 재활용하는 날이면 책을 버리는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책이 주인을 잃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지 보는 거죠.
그렇게 해서 아이와 저에게 온 책도 꽤 여러권입니다.
한 번은 학습만화 한질을 주워온 적도 있습니다.  겉표지 색만 약간 바랬을 뿐, 내용을 손도 대지 않은 새책수준이어서 더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또, 제가 읽을 만한 소설도 가끔 나옵니다.  얼마전에는 다빈치코드가 나왔는데, 한 발 늦어서 경비원할아버지가 먼저 선점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말 재활용하는 날 제 눈에 띈 책이 있습니다.

바로, 유아들의 고전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차일드 애플’ 입니다.
정말 아이들 책 좀 읽힌다 하는 엄마들은 모르는 분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전집이고, 아이들 또한 열광하는 전집 중 하나죠.
그런데, 우리 아이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정보가 늦은 탓이었죠...그래도 도서관에서 알차게 빌려 읽었습니다.

  이 책이 바로 주인잃은 책이었습니다.
겉표지 보기만 해도 아주 깨끗합니다.  단지, 책등(세네카)이 뜯어진 것 외에는 아무런 흠이 없는 책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 책은 글자없는 그림책입니다.
제 생각에는 글자없는 그림책인데다가 책등이 망가지고, 또 아이의 연령이 좀 높아져서 이 책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버리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책등이 이렇게 될 정도라면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는 흔적인데, 이 책을 잃고 가슴 아파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 오더라고요.

사실, 아이 키우며 보니 연령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책은 언제나 읽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자없는 그림책은 아이들의 상상을 펼칠 수 있기에 아이가 더 좋아하고, 지금도 잘 보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을 아무 주저함도 없이 주웠습니다.

그리고 책등을 테이프를 붙여 손질하고 말끔하게 닦아 아이가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도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내지 그림 정말 예쁜 책인데...이렇게라도 새 주인을 만났으니 이 책도 아마 기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책입니다.
겉표지에 빨강과 노랑 색연필로 낙서가 되어 있어, 매우 지저분해 보이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리 유명하지 않고, 내용이 아주 좋은 책도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 얼른 주웠습니다.
낙서 그리 중요하지 않거든요. 
깨끗하게 지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책을 펼쳐보니 내지가 뜯겨있습니다.
그런데, 내지는 그리 큰 의미가 없기에, 역시 조금만 손질하면 새책처럼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낙서를 지우고, 내지를 잘라내고 해서 새것처럼 말끔하게 고쳐놓았답니다.

낙서지우는 Tip하나 알려드린다면, 바로 물파스입니다.
물파스는 저희집 만능 청소용입니다.
무엇으로 낙서를 어디에 해 놓아도 이 물파스 하나면 해결되거든요.

물파스가 없다면 아세톤으로 해도 되는데, 아세톤보다는 물파스가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물파스를 쓱쓱 바르고 휴지나 천으로 닦아만 주면, 낙서는 금새 사라져 버립니다.
정말 힘 하나 들지 않는 작업입니다.

이날, 물파스가 다 떨어져서 저는 아세톤으로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수고쯤이야 감수합니다.

                                << 변신한 모습입니다. >>




사실, 궁상이죠.
흔한 것이 책이고, 집에 쌓여있는 것도 책입니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몇 천원이면 새 책을 살 수도 있지만, 그것도는 또 다른 맛이 있는 책읽기가 됨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책 주워오는 걸 별로 내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저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마냥 좋아합니다.

이렇게 보다 이 책을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 활용 Tip은 다음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