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마주친 서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서가를 서성인다.

내 눈을 사로잡은 한 권의 책.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저 눈이 머무는 곳에 있던 이 책을 그렇게 손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곱게 책장에 꽂아두고 2년이 넘도록 눈길만 주다 이제서야 비로소 읽어보았다.

이제나 저제나 내 손길을 기다렸을 애타는 책의 마음 이제라도 달래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딸아이의 손길은 이 책에 머물러 몇 번이고 이야기를 골라 읽었다는 소리에, 아이의 눈길도 사로잡은 녀석이 기특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지만, 흥미로울 것 같은 막연함에 이끌렸던 책이라 제발 이번 만큼은 단숨에 읽고 책장의 제 자리로 서둘러 데려다 놓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야기는 문자의 기원부터 시작해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문자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려준다.

너무 깊지도 그렇다고 수박 겉 핥기 식도 아닌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그렇게 문자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고 나면 그 문자로 씌여진 재미난 옛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아랍, 인도, 켈트 민담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인지 새롭기 그지없다.

컬러 그림으로 이야기 시작을 알리고 흑백의 모노톤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파스텔톤의 그림에 반해 첫 시작이 낯설기 보다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모노톤으로 이어지는 뒷이야기는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부는 아니지만 해당 문자를 병행하여 기록한 점은, 그 나라 문자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문자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 시켜준다. 더불어 그 문자를 해독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자극한다.

 

한 권의 책으로 지식정보도 얻고, 다른 나라의 민담도 읽는, 일석이조의 책.

옆에 이 책을 두게 되어 기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