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꼬리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은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사람에게 어떻게 꼬리가 생기지? 왜 꼬리가 생겼지? 그리고 이 아이는 왜 저렇게 큰 옷을 입고 있을까/ 등의 의문만이 생겼다.  결국 호기심이 자극되는 그런 표지 구성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계속 왜? 라는 의문 부호를 달며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다.  나 또한 아이에 앞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의문 부호를 달고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의 초점은 이런 일상적인 의문부호에 대한 답을 주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의 방향은 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그림책을 접하다 보면 표지만 보고도 아, 이런 내용의 책일거야 하는 예측이 가능하고, 그 예측은 거의 맞았다.  반면, 이 책은 그것과 달리 반전이 있는 책이었다.

아이는 그 반전에 아주 유쾌해 했다.  그리고 아이의 그 화사한 모습은 일반화된 사고에서 깨쳐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런 책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비슷한 전개의 책을 전혀 접하지 않은 아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예측불가능한 전개의 책은 항상 짜릿함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역시나 그 짜릿함을 경험했다.

그림을 보는 재미,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되지? 하는 같은 고민을 안고 책을 읽게 되니 생각하는 힘도 아이들 모르게 길러지는 역할도 해 주는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신체적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아픈 것도 질병도 아니고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다른 친구들에게는 없는 것을 아이가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이가 2살때는 배에 있는 혈관종(쉽게 점이라고 생각해도 됨)을 뜯어내서 화장실에 버리는 시늉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 병원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물으니, 담당의사는 엄마 아빠가 너무 아이에게 그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행동하기 때문이라며 관심을 접고 신경도 쓰지 말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아빠와 나는 정말 그것에 무관심해 졌다.  10살 전후해서는 없어진다고 하는데, 굳이 조바심을 내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지금 8살, 그 흔적은 많이 희미해 졌어도 아이가 자신있게 배를 드러내고 밖을 활부할 정도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던차에 유치원에서 하는 발표회 날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날 아이는 무대 의상으로 배꼽티도 있다며 은근히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난 괜찮다고, 그리고 친구들이 놀리면 선생님이 야단을 치실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거라고 달래주었다.

그리고 발표회 당일, 난 무대에선 아이를 보고 울뻔했다.

아이는 당당히 배꼽티를 입고 제일 가운데에 서서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바로 동작을 이어서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엄마보다 더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날 난 아이 옷을 챙겨줄 때 러닝을 더 입혀보냈다.  배가 드러날 수도 있어 내심 런닝 위에 무대의상을 입혀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런데, 아이는 당당히 배꼽티를 입고 무대에 섰다.

무대에 서기까지 아이가 했을 고민을 생각하니 정말 미안할 마음뿐이었다.

아이는 너무도 잘 그 순간을 극복했고,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했다.

무대를 내려오고 모든 행사가 끝난 아이를 만났더니 아이는 혹시 배에 있는 혈관종이 보이지 않았냐고 물어왔다.  전혀 보이지도 않았고, 모두 우리딸이 제일 잘하더라며 칭찬을 하더라고 하니 아이는 금새 환한 얼굴이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과 너무도 똑같은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서 더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마지막 반전에서 그 때와 닮은 환한 얼굴이 되었다.

이제 아이는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처음보는 분 앞에서 목욕놀이 한다며 당당히 옷을 벗어보이는 것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챙피하다고 할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난 후라 더 그러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아이는 말은 안했지만,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너무 재미있다며 책을 다시 펴보는 아이를 보니 나 또한 환한 얼굴을 하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초등학교에서도 많이 부닥칠일이기에 이 책이 아이에게 크나큰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된다.

만나서 반갑다.  내 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