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청소년 ’성’과 관련된 도서를 2권 더 읽었다.
한 권은 이금이 작가의『유진과 유진』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작가의 작품인『운하의 소녀』이다.
잘 씌여진 작품을 먼저 읽어서인지 임태희 작가의 『쥐를 잡자』를 읽는 내내 불편했다.
상징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운하의 소녀』와 비교가 되는 점이 많아서 더 그러했던 것 같다.
짧은 분량으로도 충분히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담아낸 『운하의 소녀』에 비해 『쥐를 잡자』는 작가가 무엇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했는지가 작품 속에 짙게 들어나 있지 않았다.

또한, ’쥐’라는 동물을 사용한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쥐’를 상징적으로 사용했을까?
’쥐’라는 동물이 가진 보편화된 의미와 이 작품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쥐’는 예로부터 풍요와 부지런함, 다산을 의미했다.
생태학적으로 ’쥐’는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유해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어린이 그림책 속 ’쥐’는 약한 존재이면서도 영리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쥐’가 상징하는 의미는 ’쓸모없는 존재’, ’하찮은 존재’를 가리킨다.
그 어느 하나도 청소년 성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과 어울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작품 속 주홍이가 임신하고 있는 태중 아기를 ’쥐’라고 표현하는 것도 상당히 불쾌했다.

작가가 주인공의 이름을 ’주홍’이라 한 것 또한 불만이다.
『주홍글씨』에서 따온 듯한 ’주홍’이란 이름은 이 아이에게 모든 잘못을 전과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작품 속에서 ’주홍’이가 어떤 일로 인해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그 모든 일의 잘못을 여자인 ’주홍’이에게 모두 전가하는 듯 하여 더더욱 기분이 나빴다.
물론, 작가의 사용하고 있는 상징기법은 칭찬해 줄 만 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 사용한 상징은 개인적으로 그리 어울린다라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다.

마지막 결론도 그러하다.
’쥐’의 천적이며 포식자인 ’고양이’를 끌어들여 주홍이의 죽음을 승화시킨다는 점은 너무도 억지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에 앞서 주홍이를 자살로 몰고간 점도 그렇다.
유서의 내용은 작위적이라고 밖에 생각들지 않았다.
울고 감동받아야 할 대목에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

이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과연 이 작품을 심사한 분들이 『운하의 소녀』를 읽어보셨는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두 작품을 보면 『쥐를 잡자』의 등장인물들은 『운하의 소녀』의 등장인물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주홍이의 엄마는 『운하의 소녀』속 선생님과 사라의 엄마를 섞어 놓은 인물이다. 
『쥐를 잡자』에서는 『운하의 소녀 』속 담임 선생님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담임선생님과 보건선생님 두 분이 등장한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언제나 겉도는 인물이었고, 보건선생님은 잠깐 등장해서 주홍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이 역할 만으로는 등장인물의 역할이 너무 미흡하다고 보여졌다.
『운하의 소녀』에서 담임선생님이 사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강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아주 잘 전달한 것에 비해, 『쥐를 잡자』는 원치않는 임신은 ’낙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주홍이를 끌어안지 못한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그 어떠한 것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않다.

왜 모든 것을 ’주홍’이에게 전가하고 주변인물들에게는 면죄부를 주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작가가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주 없지만은 않다.
담임 선생님이 성상담 사이트를 개설하며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토론을 하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 기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준다는 것 만으로 또다른 ’주홍’이가 양산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면 더더욱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그러하다면 ’낙태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하다 못해 끔찍하게 그려낸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자극적인 장면을 묘사해서 청소년들에게 낙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인가?
아니면 요즘에는 자극적인 소재, 자극적인 내용 등이 대세이기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작품의 제목도 지적해야겠다.
’쥐를 잡자’란 제목은 잘못 생각하면 ’낙태하자’라고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본다.
물론 내가 너무 비약해서 생각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쥐를 잡자’라고 하는 말은 1960년대에는 인간의 피같은 식량을 축내는 ’유해동물’이었던 ’쥐’를 잡음으로써 인간의 피해를 줄이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현대에서 ’쥐’는 인간과 밀접한 관련은 맺고 있으되 협오스런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만화영화 속 귀여운 캐릭터로 대표되기도 하고 햄스터와 같은 애완동물 등으로 우리 생활 속 깊이 파고들어와 있기도 하다.
이런 ’쥐’를 잡자라고 한다는 것은 원치않는 임신을 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인지, 원치않는 임신은 낙태를 해야 더 맞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영 그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처음부터 ’쥐’로 상징된 것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크다보니 더욱 이렇게 안좋은 방향으로만 생각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과연 이 작품의 말미에 ’쥐를 잡았는가?’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의 등장만으로 쥐를 잡았다고 말한다면 정말 억지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작품이 드러내 놓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야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작가라면 작품으로 문제 제기 및 해결 방안을 돌출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작가의 뚜렷한 의식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태희 작가는 그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한 아쉬움을 독자에게 안겼다.

이것이 앞으로 임태희 작가가 풀어내야 하는 작가적 과제라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