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릿한 첫사랑의 기억, 서머타임!

기억이란 놈은 언제나 불성실하다. 매번 자기편의적 기억만을 추억하니 말이다. 이런 기억의 편의적 성질은 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걸러지지 않은 기억을 온전히 추억하며 살아야한다면 그것만한 고통 또한 없을 테니 말이다. 언젠가 읽은 성장소설 (혹은 교양, 발전소설이라고도 한다)속 주인공들은 그다지 행복한 아이들이 되지 못하였다. 성장소설의 사전적 의미 '주인공이 그 시대의 문화적 ·인간적 환경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을 내면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란 부분에서 그들은 이미 많이 일그러져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역시 책이 독자에게 바란 부분을 놓치고 미미한 부분에 집중한 나의 부족한 내공때문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슈운, 가나, 고이치가 들려주는 서머타임은 어느 하나 짙거나 튀거나 농후하지 않다. 자연스런 계절의 변화처럼 어느 하나 고정된 것은 없고 끝을 가늠케 하는 결론 하나 걸치지 못했지만 그들의 현재진행형 이야기는 가슴 한켠 싸한 추억으로 , 기억으로 남았다. '두사람이 탄 자전거는 가볍게 출발했다.'라는 한 줄만으로도 이렇듯 편하고, 이렇듯 푸르고, 이렇듯 투명한 그림이 되는것 처럼 말이다.

신비한 푸른색 젤리, 분홍색 원피스, 눈부시게 빛나던 하얀 건반 ... .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름이였다. 까진 상처, 공원의 흙먼지, 한심한 놈이라고 욕을 먹었던 가을 ... . p.118

멀지않은 시간이였다.(그렇다고 믿고싶다.) 친구를 따라 간 교회 음악발표회에서 드럼을 멋지게 치던 오빠를 만났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오빠는 타교회에서 찬조출연을 왔던거였고 그 회차, 그 시간만 공연을 했다는 사실이다. 게다 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서였는지 그러한 우연이 얼마나 마법처럼 느껴졌었는지 모른다. 물론 그 후로 오빠를 만난일은 없다라고 기억을 아름답게 접고 싶지만 우연히 길가에서 만난 오빠는 내게 "공부 열심히 해라"란 말을 남겼다. "오빠 드럼 너무 멋있어요."라며 팔짝팔짝 뛰는 소녀에게 어찌나 완벽한 선생님틱 대사와 목소리였는지 자유자재로 드럼채를 휘감으며 연주하던 화려함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해 여름 마법같은 우연은 그렇게 끝이났다. 때로 결과를 본다는 말처럼 잔인한건 없을지 모른다. 나 역시 기억을 떠올릴때 오빠의 연주모습과 떨려하던 내 모습후의 기억은 많이 떠올리지 않는다. 그때의 기억이 전부 혹은 모두가 아닐지 몰라도 그 추억 한켠은 나에겐 온전한 '<서머타임>그 '모든 것'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