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넣으면 '파바박' 튀어나오는 대답상자!

책을 고를때 책이 취하는 형식이나 여백이 주는 느낌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유명한 '파페포포'시리즈같이 짧지만 강렬한 무언가를 주는, 여백은 많지만 읽는내내 살뜰함이 울리는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특히 삽화가 주는 매력 역시 놓칠 수 없는데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질문상자'는 그런쪽에서 상당히 기대를 갖게 한 책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이유, 화를 잘 못내는 성격, 죽기싫다는 어린아이의 바램, 남편을 사랑하지만 다른남자가 보인다는 고민등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가 한번쯤 품은직한 '질문'들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을 이런 질문들은 그 누구라도 가질수 있는 문제인 동시에 그 누구라도 (잠정)답을 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우린 우리가 가진 답이 진짜 대답이 될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것과는 별개로 제 3자의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에서 비껴난 사고가 가능한 탓이고, 문제는 문제에 가까울수록 본질 자체가 흐려져 보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전부터 책 이야기들을 한껏 상상했었다. '혹,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도 있을까?' 적어도 두리둥실한 답은 아니였으면' 등 시작부터 기대가 컷던 만큼 실망 역시 적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가 품고있는 질문과 가장 아구가 맞는 제짝은 언제나 우리 가장 가까운곳에 있으며 '파랑새는 우리 안에 있었다'는 말은 제대로 된 식상함이 따를지언정 여전히 우리를 열광케하는 힘이 있다. 하여, 호호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질문상자 속 대답은 정작 모두가 알고있는 답이라 그 위용은 없을지 모르나 누구보다 따뜻한 목소리일거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답의 기발함이나 진위를 넘어 책이주는 분위기에 주목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차가우리만큼 원론적 대답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고, 핀트를 잃은 감각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모두에게 좋은 책이 있을수 없고, 모두에게 나쁜 책이 있을수도 없다. 그건 그 책을 읽는 독자의 환경이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을 이해해야 할 것만 같다. 항상 마음먹기로 나에게 처세술형은 맞지 않는 책이며 무엇보다 살갑게 다가오지 않음을 알았음에도 난 '마시멜로 이야기'나 '게으른 백만장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을 좋아하는 책 목록에 넣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건 그 책을 접하던 시기에 내게 가장 절실한 물음을 던진 계기가 그 책들이었다는 사실과 때마침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에게 대답을 구하던 '때'였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서운함을 준 이 책을 손이 닿기 가장 좋은자리에 꼽아두었다. 내가 바라던것과 다르지 않게 책 역시 독자에게 바라는 템포가 있을터, 시간차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이 언젠가는 내게 빛을 밝하리라 믿는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