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법으로 말했겠지만 나는 권도로 행한 것이다."

사극은 빼놓지 않고 챙겨 볼 만큼 좋아하는 편이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국사에 강하다'는 말은 지겹게 들었을 정도로 그 이야기 한축에 끼어(?) 있던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동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까닭에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다는 사실 역시 꽤나 매력적이다. 최근엔 시대가 요하는 역사적 인물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주몽>, <태왕사신기>, <이산정조>, <대왕세종>등 영웅을 바라는 대중적 심리에 부응하려는 작품이 많았다. 그런 대중의 호응은 그들처럼, 그들이 이룬 나라의 구성원처럼 살고 싶다는 심리의 작용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였을까?

한 장의 탄핵상소문으로 비롯된 권력형 고발 중심에 선 조말생. 조선을 뒤흔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그였으나 세종은 다시 그를 등용했다. 수많은 탄핵 상소와 신하들의 끊임없는 주청에도 세종은 그의 뜻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다시 재상에 반열에 올라 중앙정부에 복귀한 조말생은 또다시 과거의 전과에 발목이 잡혀 아들의 고신에 서경이 거부당하는 모욕을 겪었으나 또다시 실리적 인사정책을 경지한 세종은 조말생의 아들에 대한 연좌벌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조말생은 회복한 권세와 임금의 신뢰를 바탕으로 과거의 유죄판결을 변경하고자 직접 논의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으나 세종은 유죄 판결을 번복하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은채 일절 응수하지 않았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법치주의를 준수하는 왕이였다. 그럼에도 세종이 부패한 관리인 조말생을 다시 재등용한것은 이 책에서 수차례 언급하였듯 서북면 정벌의 군사 활동과 대명 외교차원에서 능력있는 신하를 활용하려한것 일뿐 개인을 신원하여 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세종 그는 법에 따라 개인에게 죄를 묻되 국익을 위하여 실리주의적 인사정책을 관철시켰다.

조선 최고 태평성대 시대의 부패사건, 그것도 현재 절찬리 방영중인 대왕세종 속 지신사 조말생? 사실 이리 살짝 찔러주지 않아도 큰 기대를 품고있는 세종대왕 이야기에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밀었을 '나'지만 이 이야기가 드라마에서 많은 부분 할당되지 못할 장면이라는걸 직감하는 노련한(?) 사극 매니라로서 놓칠뻔한 부분을 catch한 기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상 이 책은 현직 법조계에 계신분의 글이다. 하여 그 시대에 적용된 법을 현시점에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좀 더 편안한 이해가 가능했고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사뭇 색달랐다.

국가와 사회는 복잡해졌다. 정보의 양은 많아졌으며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영웅은 맞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과거의 영웅을 원한다. 마치 그들이 살던 시대와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 세상안에서 살고픈 사람들 처럼 말이다. 그것은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졌을지언정 우리가 살고파하는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것은 아닐까? 마치 우리에게 또다시 세종같은(?) 분이 나타나주길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