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나무........"

책장을 한장 두장을 넘기다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 속에 젖어드는 이순원의"나무"...

겨울과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내면서

할아버지 나무와 손자 작은 나무의 잔잔하고 평온하게

오가는 대화속으로 빠져들어가 있는 저를 본답니다...

단번에 읽고 싶지 않으려고 되씹으면서 머리맡에 두고

몇날 몇일을 한자한자 정독한 책이에요...

주옥같은 할아버지 나무의 이야기들은

한줄한줄 읽는 이의 가슴에 살포시 내려 앉아

눈처럼 소복히 쌓여 탄성이 절로 나오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답니다...

친정집 앞마당에는 수십년된 감나무 한그루와 그리 오래되지않은

감나무 두그루가 있죠...

수십년된 감나무에선 올해 겨우 스무개정도의 열매를 매달더군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젊은 감나무 두그루는 너무 많은 열매가 맺어

가지가 부러질 정도였구요...

지금은 감 열매를 거의 수확하고 단풍 잎만이 무성한 상태인데

수십년된 감나무는 이미 잎을 잃고 벌써 겨울인양

앙상한 가지만 남은 상태랍니다...

사실 늙은 감나무에게 그동안 관심도 없었거니와 무슨 이유인지 몰랐었죠...

그런데 이순원의 소설 "나무"를 접하면서

제가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하게 달라진거죠...

아버님이 감나무잎이 떨어져 앞마당을 쓸고 계시길래

주섬주섬 저 또한 빗자루를 들고 나가 여쭤봤죠... 

이유인즉은,

수십년된 감나무가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어 보기 싫다며

할머니께서 아무도 모르게 감나무 뿌리에 몇해전 상당히 많은 소금을

뿌리에 파묻어다더군요...

그때부터 수십년된 감나무는

죽은 나무 모양새로 벌써 수년을 버텨오고있다는군요...

어찌나 측은하고 불쌍한 생각이 들던지 감나무에게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열매가 맺히면 먹기에만 급급했던지라

단 한번도 나무가 가진 생명에는 관심조차 없었는데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더이다...

열세살인 결혼한 어린 신랑과 한살 러린 열두살 신부는

이틀동안 밤을 심고 소쿠리 한귀퉁이에 남은 굵은 밤 한톨을

어린 신부의 제의로 부엌바깥에 심죠...

이렇게 할아버지는 나무는 태어났고

손자(작은) 나무는 아버니 나무 자리에 힘들게 혼자 싹을 틔운 나무죠...

할아버지 나무는 주위의 나무들과 어울려 살면서 얻은 지혜를

고스란히 작은 나무에게 힘겹게 얘기해주죠...

할아버지 나무는 열세살 어린 신랑이 손자들에게 말했던 걸 듣고

작은 나무에게도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죠...

"밤 한톨을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지만

땅에 묻으면 거기에서 나중에 일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금 당장의 작은 달콤함이나 결과보다

멀리 여유를 가지고 내다봄으로써 큰 나래를 펴라는

어린 신랑과 할아버지 나무의 당부도 잊지 말아야 함을 알수있었답니다...  

"과수나무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맺어 이 세상에 주고간다.

 자기 씨를 퍼트리기 위해 열매를 맺는 것이지만,

 때로는 욕심을 부려 가지가 휘어지기도하고 찢어지기도한다"

할아버지 나무는 자신에게 넘치는 욕심은 금물임을 가르쳐준셈이죠...

지금도 할아버지 나무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겨울잠에 들기 전까지 손자 나무에게 나지막히 얘기하는 소리가 제 귓가에 맴도는듯하네요...

아름다운 책 한권을 이 가을날 접할수있음에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