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와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면서 ‘필연성’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은 갑자기 밀어닥친 사건이 아니라 그 사회 내부의 정치·경제적 모순들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것이라 보며, 동서독 통일도 외형은 일방에 의한 흡수 통일로 비추어지지만 그 근본적인 힘은 동독 사회주의 체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생겨난 인민들의 불만과 서독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우월성과 잘 마련된 복지 정책으로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평가한다. 또 92년에 일어난 LA 흑인 폭동,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 협정 체결, 일본의 군국주의화 등도 그 역사적 뿌리와 구조에 대한 정밀한 분석 속에서 답을 내리고 있다.지은이는 지금 우리 사회가 초판이 출간된 무렵과 얼마나 달라졌나를 묻고 있다. 과연 그때와는 달리 소신껏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으며, 건전한 비판과 생산적인 토론이 보장되는가 하면, 지나온 94년만 보더라도 주사파 파동, 국사 교과서 용어 논쟁 등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횡행해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주장되고 그것들이 비판과 검증, 설득과 동의를 받아 가는 열린 사회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판단 속에서 이런 사회 분위기에 경종이 되고자 한 편 한 편의 글을 썼다는 사정을 밝히고 있다.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일관된 분석과 해명에 일차적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시사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치·경제적 실험들을 보여 주면서 그것들에서 취하고 버릴 점들을 제시하면서, 이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절대 선 혹은 절대 악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유용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이 되는 열린 사고, 그것을 바탕으로 건설되는 열린 사회를 구축해 가자는 생산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