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1회 이상문학상

 

대상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과 소설을 구분해서 보려고 한다.

작품이 좋다고 사람까지 좋게 보지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된 작품이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였다.

 

당시 교수는 그를 두고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작가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소설을 매우 잘 쓴다.

요즘 그의 발언들은 나와는 거리가 멀어 아쉽기도 하다.

뭐, 어쩌겠는가.

다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소설로서 인기를 많이 얻은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을 때면

인간의 나약함을 엿보게 되어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우수작으로 뽑힌 소설 중에서 내 눈길을 끈 소설은 거의 없었다.

다만 윤흥길의 '매우 잘생긴 우산 하나'가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마치 이솝우화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하지도 않은 고교동창으로 부터 우산을 받게 된

주인공이 겪는 일종의 소시민의 뻐김이랄까?

인간이란 종이 기껏 도구하나에 매료가 되어

굽신거리거나 지레짐작하는 태도가

서글프기도 하고 못나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 슬프기도 하고

내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감상에

우울하기도 했다.

 

그 외 문순태의 '문신의 땅'은

한국의 아픈 역사를 보여준 소설이었다.

정신대와 양공주에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노마리아라는 양공주와 그녀의 아들 베드로에 대한 이야기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고, 그 외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단편에 이 두 개의 시점을 갖고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것을

처음 보았다.

 

노마리아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지우고 싶어 했다.

그 문신은 우리나라에 치욕적인 역사를 말하는 것 같았다.

 

2.

 

p 349 소설은 어떤 의미로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 재미는 한 작품이 안고 있는 세계가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는 자율적 완결성에 근거한 것이라야 한다.

 

소설의 재미는 거기서 비로소 창조적 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청준의 심사평이다.

 

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이상 문학상 10편을 읽으면 1편만 재밌는지 모르겠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소설은 재미가 기본이다.

그 재미는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있다.

 

3.

 

이상 문학상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태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옛날 모습이 박물관에서 보는 고서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