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녀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익히 들어왔다.

 

백가지의 그림자가 뭘 뜻할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야 했는데

그냥 무작정 읽었다.

 

1.

은교가 여주인공이고

그녀의 남자친구라 할 수 있는 무재가 나온다.

 

둘은 전자상가에서 일하다가 만난 사이다.

어느 날 숲에서 은교가 그림자를 따라 가다 길을 잃고 만다.

소설은 여기서 부터 우리에게 환상의 곳으로 인도한다.

 

자신의 그림자가 어느 날 느닷없이 일어선다면?

기분이 어떨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

말하는데, 아주 당연하게 말하고 있다.

 

은교는 여 씨 아저씨가 운영하는 상가에서

여러 사람들은 본다.

하나 같이 문제점이 보이는 사람들이다.

언뜻 보면 동네 바보도 끼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의 사건은 그림자가 일어난다는 것인데

크게 깊게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저 은교와 무재의 연예와

그들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대화가 아주 짧막하고 따옴표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2.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마치 예술성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환상의 세계를 경험한 듯한 아니 살고 나온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림자가 일어난 다는 것은 무얼 의미 할까.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소설속에는 죽는 것처럼 보이던데

 

묘한듯 하면서도 몽롱하기도 하고

아침 이슬처럼 상큼한 내음이 날듯 하면서도

돌연 얼음처럼 차갑게 쓰여진듯한 이 소설은

더울 때 바람 부는 공원에서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