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이야기책을 무척 좋아해왔다. 특히 재미난 것은 세계의 여러 전설, 설화, 민화, 우화 등이었다. 워낙 좋아해 두루두루 읽어서 아는 이야기가 많다 생각했는데 라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라 생소한게 많았다. 잠깐 펼쳐봐야지 했다가 끝까지 다 읽고 만 책. 사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데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여전히 재미나구나. 어려서의 성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다른 인문서보다 이야기책인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이 책은 룰루 델라크레라는 작가가 라틴 아메리카 곳곳의 옛 이야기들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이다.

이번에 태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태국 전통 신화를 공연이나 문화 유적등을 통해 간간히 접하게 되었는데 신기하게 생긴 모양의 새라거나 환상의 숲 등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었다. 어떤 내용일지 보다 더 자세히 알았으면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좀더 알고 보면 더 재미날 것 같은 여행. 라틴 아메리카는 아시아권에 비해 여행할 기회가 드물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미리 책으로 만나보는 지구 여행도 뜻깊은 여행이 되겠다 싶었다.

 

책은 크게 타이노 사람들 이야기, 사포텍 사람들 이야기, 무이스카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익숙한 잉카의 후예 케추아 사람들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화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아닌 경우에) 부모가 자식을 죽인다거나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식의 잔인한 이야기가 라틴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의 거인족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에서 자신의 아들의 무례함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 신인 야야가 자신의 아들인 야야엘을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아들의 뼈를 호리병에 넣어두었는데 그곳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물고기를 먹기로 결정하였다. 생각해보면 아들이 죽고 난 이후에 생겨난 물고기인데 어찌 먹을 생각을 할까 싶었는데 그들은 그러하기로 하였다. 그와 동시에 태어난 네 쌍둥이 아기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야야의 호리병 속 물고기를 궁금해하다가, 그 병이 깨어져 물과 물고기가 흘러나와 세상에 퍼져나간것이 바다의 기원이라 한다.

신화를 인간의 삶에 끼워맞춰 이해하려면 이해 불가한 내용들이 있지만 옛 사람들이 이야기를 지어내고 만들어나간 그 고리를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신화 외에 오래전의 이야기에 대한 것들도 나온다. 라틴 아메리카는 오래전 그곳에 정착해 살던 원주민들을 스페인 사람들이 정복했기에 정복자와 피정복자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많이 담겨있었다. 그 중엔 사랑하지 말았어야할 정복자를 사랑한 원주민 공주의 이야기도 나온다. 책에서는 원주민의 승리로 끝이 나지만 실제로는 처음 스페인 사람들이 발견했을때(1508년)의 원주민숫자가 6만에 이르렀는데 그들을 노예에서 해방한 1542년 무렵에는 겨우 60명이 남아있었다는 끔찍한 사실도 덧붙여져 있었다. 고작 40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에 거의 6만 가까이의 인구를 거의 몰살시킨 것을 생각해보면 정복자들이 얼마나 무자비한 살상을 저질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와 달의 전설 이야기도 다소 잔인한 대목이 있다. 쌍둥이를 지켜준 할머니에게 잔인하게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였달까.

사람이 아닌 신이라 그런거라곤 해도 역시나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태양을 솔, 달을 루나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에만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실제 라틴 아메리카에서 그렇게 불렀던 건지도 궁금해졌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던 황금의 땅 엘도라도. 다른 나라들의 전설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