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란에 보면 그는' 196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태어나 198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피와 폭력, 죽음에 천착한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내놓으면서 중국 선봉파 소설의 대표작가가 되었다' 라고 나온다.    선봉파라고 함은 한국어의 '아방가드르' 또는 '전위'에 해당하는 말인데 중국어로는 '선봉'으로 국내 중국문학계에서는 그대로 직역하여 '선봉'이란 용어로 사용된다.  사실, 위하 자신은 자신이 선봉파로 제한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한다. 98년에 밝의 그의 창작론에서 그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선봉문학을 80년대 1차적 문학형식의 혁명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혁명이라 여기지 않고 그것은 단지 문학으로 하여금 그 형식에 있어 더욱 풍부하게 변하게 하였을 뿐이라 생각한다" 라는 말을 했다. 그는 내면의 진실을 토로하기 위한 글쓰기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형식적 도전보다 주제의식에 무게를 뒀다볼 수 있다. 그의 인물은 대체로 모순된 상황 속에서 스스로 자멸하거나 아니면 타인에게 폭력성을 전이시키는 사람들이다. 허삼관 매혈기에 등장하는 허삼관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다.    한국판 서문에서 위화는 허삼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허삼관은 아주 재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생활의 편리함이나 불편따위에는 개의치 않지만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인내력을 잃고 만다. '    평등이라 말하는 허삼관의 이야기에는 모순이 담겨있다. 울다 웃다를 반복하다보면 생기는 모순이기에 가슴이 아프다.  그는 소설 첫장에 건강한 남자의 상징으로 '매혈'을 등장시키고, 매혈을 위해 물을 많이 마셔 피의 양을 늘려야 하고 보혈을 위해 볶은 돼지간과 데운 황주를 마셔야 한다는 고향 사람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피라도 팔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피를 관리하는 우두머리인 혈두에게 수박을 뇌물로 바치면서까지 매혈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허삼관의 인생 역시 그러한데, 고향에서 배운 매혈로 허삼관 역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매혈을 하게 된다.  못 배우고 무지하지만 자기 사람을 위해 평생 자신의 피를 파는 그는 다른 나라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현대사를 살아간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허삼관은 11년동안 고생하며 키운 자식이자 가장 사랑하는, 첫째 아들 일락이 그의 아내 옥란의 혼외 아들이었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 의해 알게된 뒤, 매혈로 번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단 이유로 일락에겐 고구마를, 다른 가족에겐 국수를 사 먹이는 명쾌한 행동을 취한다. 하지만 일락이 간염으로 죽게 생겼을 때 그는, 병든 아들을 위해 한 번 팔면 석 달은 쉬어야 하는데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한 번씩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매혈해 병원비를 마련한다.  그뿐인가 둘째 이락이가  생산대에 들어갔을 때 대장에게 아들 잘 부탁한다고 밥 먹이고 선물사주기 위해 피는 팔았다. 또한 문화대혁명 시기 그의 아내 허옥란이 기녀라를 죄목으로 사람들의 손가질과 돌팔매질을 받게 되었을 때, 그는 그의 아내가 밉지만 본인이 선택한 여자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에 그녀 대신 돌팔매를 맞는다.     허삼관은 만인의 잣대로 개인의 도덕과 행실을 재서 심판하고 처결하는 무시무시한 문화대혁명의 시대에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았던 사람이다. 소시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마지막부분, 그가 늙어서 더이상 피를 팔 수 없게되자 그는 길가에서 펑펑 운다. 앞으로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하냐며, 펑펑 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두고 '동네 창피하게.....'라는 말을 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온다.     중국 소설이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은  슬픔을 자아내는 허삼관의 모습이 우리의 아버지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