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물이며 도전이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고요한 것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라는 식의질문은 무의미하다. 만약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샘 한다면 인생은 결국 살만한 가치가 없게 될 것이다. 인생의 뜻은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이다. "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 에히리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의 한 대목입니다. 사랑에 대해 고찰하는 듯하나 그는 근원적인 인간탐색을 하고 있죠. 1956년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가슴을 울리는 글이었습니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울림이 있는 것은 이 책이 상당히 많은  사랑의 고통과 상실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녹여 기술한 책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학의 창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책, 전 가족 독서리스트에 올려두었답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물론 사랑은 즐거운 감정이라고 믿고 있다.(중략) 그러나 사랑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특별한 태도는 몇 가지 전제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이 전제는 단독으로 혹은 결합되어서 이 태도를 뒷받침해준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사랑할 줄 아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문제를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들이 이 목적을 추구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남자들이 특히 애용하는 방법은 성공해서  자신의 지위에 사회적 한계가 허용하는한  권력을 장학하고 돈을 버는 것이다. (중략) 사랑의 문제는 능력의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랑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사랑 받으려 하기에, 사랑의 대상에 관한 20세기 병폐 때문이라는 그는, 사랑하는 그 행위 자체가 사랑하라 말합니다. 사랑의 능동적인 성격을 강조하죠. 그가 말했던 "인생의 뜻은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라는 것과 어쩌면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회의가 드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랑의 능동적 성격보다 사랑받는 또는 사랑받으려는 수동적 성격에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그는 소유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혹은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생기는 불안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해법은 주는 것, 즉 능동적인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 보면 " 소유는 사용에 의해 감소될 수 밖에 없는 것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지적 창조력이나 이성, 사랑 같은 존재적 가치는 실행하면 실행할수록 증대된다" 란 구절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죠.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사랑의 다양한 요소들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가 증폭되는 문장들이 많아 참 좋더군요.

 "사랑의 능동적 성격은 준다고하는 요소외에도 언제나 모든 사랑의 형태에 공통된 어떤 기본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등이다. 사랑에 보호가 포함되어 있다는것은 자식에 대한 모성애에서 가장 명백히 나타난다. 어머니가 자식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면, 또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젖을 주지 않거나 목욕을 시키지 않거나,  편안하게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어머니에 대한 고증을 듣더라도 우리는 진실한 사랑이라고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  동물이나 꽃에 대한 사랑에 대한 경우도 다르지 않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 여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이러한 적극적 관심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사람은 자신의 노동의 대상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일하기 마련이다. 보호와 관심에는 사랑의 또하나의 측면, 곧  책임이라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은 책임이 흔히 의무, 곧 외부로부터 부과된다고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책임은 그 참된 의미에서는  전적으로 자발적 행동이다. 책임은 다른 인간존재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생략)"

 

 

 

 

 어머니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이란 구분을 떠나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며, 다른 인간존재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말에 공감합니다.

 성인이 되면서  경제적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다보니 가족들에게 짜증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던 제가 참 민망하더군요.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망각하고 있었던 저였기에 오늘따라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읽을 때 마다 눈에 띄는 구절이 다른 이 책은 고전이라 불리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