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판 아나운서 한석준이란 인물이 궁금했지만 그보다 전공자들조차 완독, 재독하기 어려운 [삼국지]를 마흔 번 넘게 읽었다는 그의 말에 책의 깊이가 더 깊어보였다.  인물 하나하나가 어디서 태어나고 죽었는지, 책 속의 주요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어딘지, 왜 그런 사건들은 그 장소에서 일어나야 했는지 차근차근 조사하고 발품판 1여년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거기에 보너스로 반듯하고 수려한 문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중어중문을 배우기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독서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중국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옛 도읍 명칭이 낯선 상태에서, 중국 역사에 대해 기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완역된 [삼국지]를 읽는다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워밍업 없이 도전했다 쓰러지기 쉬운 것이 중국문학이기에, 학자가 아닌 마니아가 들려주는 에세이 같은 이 책은 자전거를 타기 전 착용하는 보호장비 같다.

  시안을 시작으로 허난성, 뤄양, 후난 창사 사오산,  청두, 뤄양의 관우묘, 허베이 줘저우 바오터우, 광저우, 전장 시, 난양등 굵직굵직한 곳에서 중국의 문학을 역사를 재해석한 부분도 있고, 자잘하게 입장료라던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적어놓은 부분도 있어 강약조절이 잘 되어 있단 생각도 들었고  방송용 이미지가 아니라 꽤재재한 얼굴과 털털한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어 좋았다.   비즈니스가 아닌 이런 문학을 테마로 1여년간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나 가질 수 없기에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을 꾹 참으며 끝까지 읽게 되는 것은 아마 작가가 가진 내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cf)  삼국지에 나오는 지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