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부분에 박완서님이 자필로 쓴 편지가 있습니다. 전혀 멋부리지 않고 진심이 담긴 글씨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조금 더 당신을 보고싶다는 간절함이 담긴 이 편지의 주인공은 암 투병 속에서도 작고 소박한 일상 속에서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이해인 수녀님입니다.

  암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으로 아팠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이해인수녀님만의 명상이 담겨있습니다. 섬세하지만 담담하게, 그리고 명랑하지만 고요한 그녀의 글을 읽고 있자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법정스님과 주고 받은 편지를 실은 <스님의 편지>,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 이미 작고한 박완서님의 편지를 서문에 실을만큼 특별하고 소중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단상들이 담겨있는 제 2장 <어딜엔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 ,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등에 담긴 수녀님의 삶의 기록은 " 일상의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감사"를 얻었다는 수녀님의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규백 화백님의 그림과 만나 새로운 감동을 주는 재미 역시 특별하구요.  그림만 봐도 너무너무 좋은 이 책은 감동입니다~ ^^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 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 집 우리 집

우리 집이란느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이해인, <우리집>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