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코미디언 김미화의 사진에는 짠함이 묻어 있습니다. 20년간 다른 이의 웃음을 위해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본능을 누르며 분장을 했고, 10년간 소외된 계층을 위해 봉사하며, 99% 국민을 위한 편파방송을 하다 친정같았던 언론기관의 탄압(?)을 받았던 그녀이기에 , 광대분장이 더 없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본의아니게 어느순간부터 투사가 되었다는 그녀는 여전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는 꼽사리다'를 녹음하며, 노숙인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 제주 강정마을에서 1만명이 함께 걷는 강정평화대행진콘서트까지 쉬지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김미화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네 장날, 칼국수를 기다리는 자신을 찍은 사진, 텃밭에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는 사진, 장터에서 만원주고 산 빨간 장화를 신고 녹색빗자루를 들고 행복하게 웃는 사진, 재혼으로 생긴 아들을 진땡이란 애칭으로 부르며 의좋은 모자지간이란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사진, 제주도 강정마을 평화콘서트에서 찍은 사진들만 봐도 그녀의 인감됨이 느껴집니다.  그녀의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편안히 써내려간 에세이는 그녀를 더 빛나게 하며 그녀의 삶이 묻어있는 소박함은  '선(善)'을 나누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베어있었습니다.  정치인의 에세이보다 더 정감가는 이유는 이런 그녀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본능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