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에 관한 연구, 뇌과학 분야의 서적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전 문학을 과학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에 대해 부러워하고 궁금해하는 편이라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뇌를 훔친 소설가]는 톨스토이, 도스도예프스키 등 대문호의 작품과 삶을 연구한 러시아 문학전문가 석영중 교수님이 문학과 신경과학을 접목시켜 놓은 책입니다. 뇌과학 열풍이 이제 문학비평 영역까지 파고든 것을 보며 한편으론 시대의 변화를,  한편으론 유행을 따라가는 학문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문호가 어떻게 모방범죄의 위험성을 경고했는지 보여주고 증오심의 중독이 파멸을 불러일으킨 [모비 딕]의 스토리를 통해 '몰입'에 대한 윤리적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며, 문학과 신경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오가며 서로 다른 입장을 서술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집필력을 높이 평하하지만 푸슈킨의 작품 속 인물을 '거울 뉴런'의 작용으로 설명하거나 닥터 지바고의 시에 대한 몰입을, 극도의 몰입 상태에서 도파민이 주는 행복감으로 표현하거나, 톨스토이와 고골의 삶을 신경가소성을 평생학습으로 보여준다는 표현은 그리 달갑진 않았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새롭고 신선하긴 하지만, 수천 년 동안 누적되어 온 문학 속 지혜나 대문호를 평가절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분명 저자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 제 편독하는 습관과 보수적인 성향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의 연구, 특히 러시아문학 전공자가 자연과학 그것도 어렵다는 뇌과학 서적을 읽어 자기것으로 소화해낸 노력과 문학과 융합시킨 시도는 존경합니다.  새롭고 신선한 문학분석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