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인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읽다가 그 책의 대상 인물인 박웅현씨가 자신의 삶 자체를 흔드는 충격을 맛본 책이라 소개하여 한번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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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하려고 보니 절판이라 구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다.

 

구입하지 않고 빌려서 읽으려니 책에 대한 절실함이 새삼 느껴졌다. 요즘 책이 다시 출간되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잘된 일이다.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다. \\'행복의 충격\\'. 부제는 \\'지중해 내 푸른영혼\\'이다.

 

작가가 젊은 시절 오랫동안 꿈꾸던 프로방스에 유학을 가게 되면서 느끼고 사고했던 내용들을 매우 감성적인 필체로 기록한 산문집이다.

 

60년대 말 황폐한 현실을 떠나 도착한 지중해, 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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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 '지중해, 나의 사상' 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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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떠남, 미지의 세계가 한데 어우러져 프로방스로 떠나는 작가의 가슴을 얼마나 벅차게 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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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는 관광이 여행을 대체해 버림으로써 벅찬 떠남이 상실된 시대를 살고 있다.

 

관광객은 더이상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자신을 열어보이지 않으며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장관에 대해서도 예정된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라는 사실에 작가는 몹시 안타까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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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햇빛, 부는 바람, 그 외 어떤 풍경도 소유하지 못함에 아쉬움을 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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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 '내 청춘의 고향 프로방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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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토록 가기를 열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방스가 자신의 고향처럼 느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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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풍경, 기후 그 외 모든 조건이 나무랄데 없고 작가가 꿈꾸어 오던 그대로 였음에도 자신의 육체와 감각이 그 모든 것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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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의 이러한 저항감이나 불안정감이 \\'행복의 충격\\'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60년 대를 살아온 작가에게는 그냥 행복이란 없었으며, 언제나 '어두운 행복', '비참한 행복', '물기어린 행복', '눈물겨운 행복'과 같이 수식어가 붙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로방스에서 목격한 행복은 꽃 향기처럼 은근히 스며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즉 완만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진동하는 외침으로 전라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프로방스는 지금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들의 땅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작가에게는 프로방스의 행복이 그야말로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프로방스식 행복이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와 같은 동화적 행복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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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사람들의 행복 개념은 외디푸스나 헤라클레이토스와 같은 고대 희랍인들로부터 전래되어 온 것으로 세잔느의 그림이나 까뮈의 글 속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들의 행복에는 희망이 없고 그들의 사랑에는 내일이 없고 그들의 기쁨에는 위안이 없다. 그리하여 프로방스 사람들은 매순간 가득하고 에누리 없고 회한이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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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

 

행복의 충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까뮈와 함께 하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까뮈가 남긴 글, 까뮈의 말이 곳곳에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나 다 찾아오는 죽음, 그러나 각자에게 저마다의 죽음. 그렇기는 해도 역시 태양은 우리의 뼈를 따뜻하게 덥혀준다"과 같은 극히 실존주의적인 독백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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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가 장 지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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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날들은 과일과 같다. 우리들의 역할은 그 과일들을 먹는 일이다...........그 과일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을 섭취하여 우리의 정신적인 살을, 우리의 영혼을 만드는 일, 즉 사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 밖의 어떤 목적도 없다."

 

우리는 매일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즉 삶의 목표와 목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사는 것은 살아가는 날들을 과일처럼 맛있게 섭취하여 정신과 영혼을 만들어 가는 일 외에 아무 목적이 없다고 명쾌하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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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보 드 프로방스, 침묵의 공간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쪽 해안에는 제밀라가, 창공해안에는 레 보 드 프로방스가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이르게 한다.

 

"그 죽음은 비극적인 죽음도, 살의 고통도 아니요, 질병도 아니다. 다만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우리들의 의식을 가득히 함몰하는 죽음...."

 

그리하여 우리들의 언어, 우리들의 사고, 우리들의 의식, 우리들의 정신이 잠시 완벽한 침묵으로 돌아가 그 전반적인 죽음 속에 흡수 당한다.

행복의충격, 김화영, 프로방스, 까뮈, 장지오노, 지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