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on the pink>는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그냥 소녀들이 아니고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기에는 좀 위험한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이 책에 나온 소녀들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고교생활을 보냈던 나로서는 '이런 세상도 있었나?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렇게 보낸 아이들이 있었을까' 하며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색다른 일상이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암기과목 틀린 문제수만큼 손바닥 맞는게 두려웠던 것외에는 정말 아무 기억도 없는 무미건조한 고교 생활을 보낸 나로서는 이런 와일드하고 생명력넘치는 학창시절이란 건 과거에도 지금에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점 때문에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나 보다.

 

주인공인 정아는 자기도 모르게 학교짱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정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른들이 본다면 '그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돼' 라고 말하실 일들이 계속 되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나쁜 것일까 생각해 보면 진짜 나쁜 것이란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의 주변에 휩쓸리기 마련이고 한 번 휩쓸린 물결속에서 물살을 거스르고 헤엄쳐 나오기란 보통의 의지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나이 어리고 아직 주관이 확실하지 않은 소녀들이 그런 의지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그녀들을 탓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문득 언젠가 방송되었던 <옛날TV>에 나온, 지금은 4~50대가 되었을 당시의 처녀들이 말같은 다리를 번쩍번쩍 치켜올리며 캉캉춤을 추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파격적이고 주변에서 돌을 맞을 일이었겠는가. 그 분들이 지금은 점잔을 빼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책 속의 그녀들이 짧은 기간 놀랄만한 일탈을 겪고 적지 않은 아픔도 마음속에 남았겠지만, 그래도 왠지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