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을 읽게 된 것은 비록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려대장경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선조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가졌던 단순히 신화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고려대장경에 대한 막연한 자부심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여러 곳을 직접 다니며 중국과 일본에 있는 대장경에 관한 확실한 진실과, 우리가 그저 신문이나 국사책등에서 몇 줄 읽은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지식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해 2011년은 고려 현종 2년, 1011년에 시작된 초조대장경의 조판이 시작된 지 꼭 1천 년이 되는 해이다. 참으로 뜻깊은 해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중국에 들어온 최초의 경전인 <사십이장경>을 인도에서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들여온 것이 서기 67년이고 그 1천년 후에 고려에서 대장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 대장경은 우리 민족에게 신화처럼 전해져 왔고, 그 세월이 진실을 감추게 했는지도 모른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면서 기존의 토속신앙과 결합해 호랑이 등을 산신으로 모시는 사당과 평화롭게 공존하기도 하고, 절의 스님이나 보살이 점을 봐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한 점은 사실 특별히 나쁘다거나 이상하다기보다 그러한 종교적인 유연함이 오히려 우리 민족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던 종교적인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장경에 실린 다른 종교의 경전에 관한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이름그대로 대장경이니 분량도 방대할 것이고, 대장경에 관해 연구하지도 않는 일반인이 그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대장경이 정말 부처의 말씀과 행적만 다룬 것이라면 대장경의 양이 그렇게 많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알 것같기도 하다. 그래도 포함된 경전안에 그리스 철학과 인도 육파철학의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은 참 특이하다 싶다. 더군다나 그 중에도 최근(1912~1925)에 만들어진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에는 경교의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경교는 당나라 때 들어온 기독교의 한 일파이다. 말그대로 기독교의 문헌이 대장경안에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일까.

 

부처가 제자인 아난을 그릇으로 삼아 불교를 후세에 전해지게 했다. 그 그릇은 점차 목판 등으로 인쇄된 대장경으로 옮겨져 계속 커지며 더 많은 생각과 문화를 담게 되었다. 단순히 종교적인 경전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담은 방대한 기록으로 계속 더 커져 후세에 남겨지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