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굴장으로>는 2008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섬나라 일본이긴 하지만 그동안 읽은 일본소설중에도 섬에 사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번역본을 본 것이니 번역가의 입김이 있었다고 말해도 할 수 없지만, 뭐랄까, 일본소설은 참으로 일본소설같다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평소에도 일본소설의 잔잔한 느낌이 좋아서 자주 읽곤 하지만, 이 소설은 특히나 더 그런 느낌이었다. 섬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양호선생과 새로 전근온 남자 선생님간의 미묘한 감정의 교류. 물론, 책의 시점상 남자 선생님의 감정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한쪽의 느낌이라고 해서 미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마치 호수위의 백조는 조용히 물위를 떠다니지만 수면밑의 발은 바쁘게 움직이는 것같은 소설이었다.

 

.. 세상엔 불륜도 많고, 로맨스도 많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개가 흔한 세상이다. 이전처럼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가족을 위해 참고 살아가는 것이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진 것도 사실인듯 싶다. 또한 생각해보면 부부가 두메산골에서 둘만 사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면 멋진 사람도 많고, 감동적인 일들도 많은데 마음이 이리저리 기우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몸도 따라가버린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일이 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채굴장으로>에서 주인공인 아소 세이가 격한 바람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다만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같다. 바람이 부는대로 가볍게 살랑거리지만, 뿌리는 단단하게 내리고 있는 버드나무말이다.

 

.. 세이의 어머니가 채굴장 끝에서 주어온 마리아상은 어쩌면 그런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물건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세이의 어머니는 채굴장의 끝까지 자꾸자꾸 걸어가서 그것을 주어왔다. 끝까지 자꾸자꾸 걸어가서 발견한 마리아상. 당초에 세이의 어머니는 왜 채굴장의 끝까지 걸어갈 생각을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호기심이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꼭 채굴장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끝에서 발견한 마리아상. 그것은 최저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상징적인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여기까지는 안된다 라거나 최후에도 구원은 있다거나 하는 어떠한 상징말이다. 세이의 아버지나 남편이 그것을 생각하고 마리아상을 마음에 들어한 것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세이나 세이의 어머니에게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리저리 흔들리기 쉬운 세상이다. 잠시의 유혹과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