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결말은 항상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면에서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작품도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김연수작가를 알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평소에 인문학을 좋아하던 나는 팟캐스트로 "인문라디오"를 청취하곤 했다. 

그곳에서 [2000년대 작가, 김연수와 ?빠이 이상] 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팟캐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리저리 소설을 써도 잘 안되었던 김연수 작가는 자기가 꼭 써보기로 한 이상에 대해서 

마지막 혼심의 힘을 다하여 쓰기로 한다. 

여러가지 경로로 수많은 자료수집과 공부를 통해 이미 "이상박사"가 되어버린, 

김연수 작가는 결국 [?빠이 이상]이라는 작품으로 성공하게 된다. 

소설속에서는 이상이 미발표했다고 한 마지막 작품이 나오는데, 

그 작품은 바로 이상의 작품 속 여러 단어들과 기법들을 짜집기 해서 나온 작품이다. 

그렇다면 그 작품은 이상의 작품인가? 

 

최근 소설계에서는 흔히들 3金시대라고 한다. 

김영하 김연수 김태용이 바로 그 사람들인데, 김영하는 최근 '너의 목소리가 들려' 라는 소설로, 

김연수는 '원더보이'로 김태용은 '포주이야기'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하의 작품과 드라마 '너목들'과는 무관하다)

 

하여간 나는 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김연수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고, 

발길따라 가게된 알리딘중고서점 에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작품을 업어오게 되었다. 

무엇보다 절판이라는 점이 나의 구미를 당겼다고 할까. 

 

 

소설의 내용은 다섯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여자는 미국에 입양되어진 한국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물건들로 글을 쓴다. 

그 글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은 바로 친엄마와 관련된 기억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설을 계기로 엄마를 찾으러 한국에 온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엄마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나는 이 소설에서 입양되어진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카멜의 이름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동백꽃의 이름이 됐는지 알 수 있었죠. 내 이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저 동양 애라는 이유만으로 양부모가 마음대로 붙인 이름이라고. 캐서린도, 신디도 안 되니까 그냥 카밀라라고 하자. 뭐, 그런 식으로. 그래서 십 대 시절에는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이름은 내가 친부모에게는 원치 않는 아이였고, 양부모에게는 우연한 아이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줬으니까요. 그러다 3년 전,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난 뒤에야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네, 그 사진입니다. 동백꽃 앞에서 친모와 찍은 기념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양모가 내 이름을 카밀라라고 지은것이죠. 이 사진은 내 이름이 우연하게 지어진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줍니다. 그래서 '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는 좀더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첫 책에 수록한 것이죠"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제목들이다. 

- 평화와 비슷한 말, 그러니까 고통의 말 

-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혹은 줄여서 '우리사이'

- 적적함, 혹은 불안과 성가심 사이의 적당한 온기

- 날마다 하나의 낮이 종말을 고한다

- 나한테는 날개가 있어, 바로 이 아이야. 

보통 숫자나 짧은 단어로 정해지는 소제목들이 

이책에서는 이토록 좋은 문장들도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추리소설과 같은 형식을 빌리면서도, 

인간관계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대해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깨어주는 역활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책은 많은 부분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책에서 좋았던 내용들.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늘 거기 남아 있는 것들, 어쩌면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지구에 남아 있을 그런 것들에 나는 위안을 얻었다. 

흔들리는 뱃전에 서서 시내 쪽을 바라보는데, 그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정말 아름답게 반짝였다. 흩뿌린 보석 같기도 하고, 은하수 같기도 했다. 불빛이 참 예뻐요, 라고 좋아했더니 아빠는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봐야지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에는 고독이 외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거야. 

그렇긴 해도 서른이 되면서 뜨겁고 환하던 낮의 인생은 끝이 난 듯한 기분은 들었다. 그 다음에는 어둡고 서늘한, 말하자면 밤의 인생이 시작됐다.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데 왜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말하는지, 마찬가지로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는 너무나 다른데도 우리는 그걸 하나의 인생이라고 부른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했을 테지요. 

 

단 한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 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김연수는 글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써서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쩌면 차가울 수 있는 그 글은 내용이 따뜻하기에 충분히 좋았다. 

김연수, 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 입양소설, 이상문학상,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