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 왔다’는
산뜻한 카피 멘트와 함께 흘러나왔던 노래가
’Both Sides Now’이다.

클래식 음반 리뷰에 왠 광고에 팝송 얘기?

이 음반꾸러미를 받아 들고,
두 가지 반대 측면의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카라얀이 누구인가?

얼마 전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약자로 ’BPO’라고 함)’가
얼마전 출시한 ’브람스 교향곡’을 들고서
내한 공연을 했다.

VIP석 45만원...

그 엄청난 가격에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떠들었다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 가격을 주고서라도 듣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야 겠다는 '세계 최고'의 자존심이다.


바로 이 BPO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을 얻도록
그 수준을 끌어올린 장본인이
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다.

단지, 하나의 오케스트라 뿐만 아니라,
CD가 초기에 650MB라는 용량이 된 이유가
CD를 처음 상용화 시킨 SONY사의 회장이
적어도 ’카라얀의 베토벤 제 9번 교향곡 합창’이 
한 장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정해진 것이니
음반 역사에 있어서도 카라얀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물론 카라얀만큼 ’안티’가 많은 지휘자도 없다.

얼마 전 종영 된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모델이
바로 카라얀이라고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 및 전 음악계를 장악하려 든 인물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 많은 레코딩은,
길이길이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깊이도 없이 마구마구 찍어냈다는 일견 타당한 비평도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아무에게나 가능한 꿈일까?

카라얀의 음악에는 ’중독성’이 있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자신의 카리스마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카라얀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라얀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카라얀이 지휘한 여러 거장들의 교향곡이 
38장의 벌크디스크 형태의 꾸러미가 되어 있다니..

...  한 장이 1만원 넘는 CD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 그 만큼 이제는 클래식 계에도 ’권위’가 실추되었고,
그 것을 바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냉혹한 음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면... 서글퍼진다.


오래 전에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클래식 애호가인
김갑수 선생의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라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헌 책방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노점상에 ’카리잔 음반’을 싸게 판다고 써 있어서,
그게 누구냐고 물으니까 보여 주던 음반이 바로 카라얀이었다고...

... 참 착찹했다고...


’클래식이 고품격이다’... 이런 말이 아니다.

무엇이든 제 가치를 지불하고
거기에 맞는 정성을 쏟아야지만
그 것이 주는 진정한 기쁨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클래식 음악은
수 백년 동안의 인류 문화의 정수이다.
이 정도가 되기까지 기울인 모든 노력들의 총체이다.

요즘 그 거 들고 과자 한 봉지 사는 가격 밖에 안 되는 천 원 짜리로 
구입한 음반에서, 
그러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을까... 


...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