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이 숨쉬는, 생명이 살아 넘실대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책의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정말로 생명체처럼 나이가

 

들고 천천히 늙어가는 집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그런 집은

 

오래된 산골 마을의 다 쓰러져가는 흙집이었다. 저녁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훈훈한 온기를 뿜어내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존재였다. 집과 사람의 인성이 하나가 되어 살아나고 빛을 발하는 집,

 

그런 살아있는 집이 있다. 그에 반해 도시의 아파트는 숨을 쉬지 않는

 

듯이 느껴질때가 있다. 우선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의 존재도 그렇지만

 

건물 자체도 때로 사람에게 문명에 유린당하며 덩그러니 버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아파트라는 똑같은 형태의 공간 속에서 같은 위치에 가구를 배치하고,

 

같은 생활패턴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획일화된 삶을

 

만나게 된다.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양산

 

되어진 도시와 건축의 부조화스런 모습들은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내키지 않은 공간이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욕구만을 앞세워서 세워

 

지고 있는 한옥과 현대식 건물들의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 그는 그 매개체로 나무라는 자연의

 

전령사를 끌어다 놓는다. 그 한 예로 정독도서관앞의 새로 지어진

 

미술관을 얘기하고 있다. 허름하고 오래된 동네에 들어선 최신식

 

건물의 등장과 그로 인한 쉽게 해소되지 않는 공간의 긴장감을

 

나무가 해결했다고 해석한다. 그 신축 건물앞에 나무를 심고나자

 

예의의 그 팽팽한 어색함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집의 각 부분이 하나의 완결된 생명체로 치환되어 머리며 다리며 심장이며 각자 자기의 역할을부여받았던 것이지요. 각 부분이 소통이 되지 못하고 막힌다면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페이지 : 235

 

그가 말하는대로 집안에서도 하나의 유기적 연결 고리를 가지고

 

집이 존재하고 소통하고 있다면 그 너머의 집과 집사이에서도

 

그러한 연결 고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빌라와의 소통, 타워팰리스 아파트와 그 건너편의 무허가 집들

 

사이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도시는 소통이 아니라

 

더 철저한 단절과 차별을 위해 온갖 장비를 동원하여 서로간에

 

금을 긋고 있다. 넘어오지 말라고 보안장비를 앞세워서 높다란

 

담을 쌓아가고 있다. 그의 여유있는 살아 숨쉬는 공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지금도 문득 여기 저기서 밀려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눈망울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