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선님의 포토 에세이 -시칠리아노 G minor-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무엇보다 행복하다. 서울을 출발하여 파리 로마 팔레르모의 비행노선을 이용하여 20여시간을 달려야 하는 여정은 힘들고 지치기 쉬운 것이리라. 그런데 여행을 떠나는 작가의 마음은 가볍고 경쾌하게만 느껴진다. 오랜 시간에 지칠법도 한데, 사진이 끄는 매력과 여행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화가 느껴진다. 책의 첫장을 넘기자 마주치는 멋진 사진은 당장에라도 시칠리아로 나를 잡아끄는 강한 흡인력에 빠지게 한다. 겨우 인내력을 발휘하여 한장씩 책을 넘기면서 거기에 실린 글과 사진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 문명, 로마문명, 이슬람 문명, 헬레니즘 문명까지 수용하여 아주 다양한 문명을 지닌 아그리젠토는 시칠리아 대표의 유적도시라고 한다. 거기에 존재하는 도리아 양식의 콘코르디아 신전(일명 제우스 신전)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쏙 빼닮았다. 이외에도 지우노네 신전, 카스토레&폴루세 신전, 에르콜레 신전, 지오베 신전까지 5개 정도의 유적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유적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태리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종교, 문화에 있어서 다국적이고 개방적이며, 혼합, 수용에 대해 관대했던 것 같다.

  작가가 걷는 길은 새벽여명이 함께 하고, 비가 내리는 거리의 모습이 담겨있고, 밤에는 따뜻한 황금빛 조명과 오래된 거리의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또한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것 같은 그런 장면도 참 많다. 작가의 마음과 눈이 이끄는 대로 시칠리아적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끌려가다 보니 내가 시칠리아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작가의 예리한 감수성이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있어 보는 이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와 함께 길을 걸으며 그의 시선으로 보며, 그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그의 사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실점이 있는 도로, 골목길, 도로에 깔린 보도블럭, 새벽의 여명, 저녁의 노을등이 다른 책에서처럼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끌면서 시칠리아의 곳곳으로 안내한다. 중세풍의 거리도 좋고, 해안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항구의 풍경도 좋고,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도 좋다. 타오르미나의 불타오르는 석양에 빛나는 해안의 마을 풍경은 너무나 매력적이다.말작가는 말로 표현하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꼭 한 번 가고 싶다. 영화 <대부>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엔나는 안개같은 영화마을이라 했던가. 신비하기 그지 없는 안개에 쌓인 도시 엔나 영혼을 사로잡는 엔나를 떠나는 아쉬움 가득한 작가의 마음이 그려진다. 내륙에서 벗어나 다시 시아카 포구를 찾는다. 예정에 없던 항구의 모습을 열심히 담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어 마르살라를 거쳐 트라파니로 향한다. 트라파니 가는 길에 찍은 황혼의 모습이 붉은 색에서 황금색으로 다시 푸른 색으로 바뀌는 염전을 담고 있는 풍차가 있는 풍경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해안선이 아름답고, 염전의 도시 트라파니 새벽에 길을 나서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부터 바닷가 포구의 적막한 풍경을 담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나도 카메라를 둘러 메고 함께 달려가고 싶다. 사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카스텔라마레 델 골포 처음 도착한 팔레르모에서 80여 킬로미터 , 공항에서 70여 킬로미터 떨어진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시칠리아 여정을 끝낸다. 제주도의 고작 3배 정도 큰 시칠리아, 아름다운 밤 풍경. 마지막 새벽 표준 단렌즈 F1.4렌즈로 흑백사진으로 찍는 매력을 전해준다. 감도 400 F1.4 완전개방으로 찍으면 흔들림 없는 환상적인 흑백사진을 준다고 말한다. 새벽촬영만큼 황홀한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시칠리아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작가는 시칠리아 여행은 일반여행이 아닌 사진 여행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사진 여행에서 준비하고 챙겨야 할 항목에 대해서도 조용히 그리고 자상하고 친절하게 팁을 주고 있다. 사진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그의 사진과 책은 더 없이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안내자이다. 좋은 글과 함께 감동적인 사진을 함께 주신 사진 작가 진동선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